英 유통업계 PB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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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우리나라 할인점들처럼 외국의 대형 소매점들도 자체상표(PB)를 부착한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영국 최대의 할인점 테스코를 중심으로 영국내 소매점들이 PB제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PB제품이란 제조업체에서 만든 물건을 할인점 등 소매유통업체가 자체상표를 붙여 파는 형식의 상품이다.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아 같은 종류의 제조업체 브랜드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 수 있다. 누이(유통업체) 좋고 매부(소비자) 좋은 일이다.

테스코에서는 현재 1천2백가지의 제품이 '밸류(Value)'라는 브랜드로 팔리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40%를 PB제품이 차지할 정도다. 10년 전 PB제품을 처음 내놓을 때 밸류 브랜드의 종류는 41개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테스코는 유럽 대륙에서 건너온 유통업체들의 공격을 받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품질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값이 싼 PB제품이 영국인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테스코는 영국 최대의 대형 소매점으로 거듭났다.

테스코의 성공에 힘입어 영국에서는 최근 다양한 PB상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세인스베리는 할인 브랜드인 '로 프라이스(Low Price)', 프리미엄 브랜드인 '테이스트 더 디퍼런스(Taste the Difference)''오가닉(Organics)'등 다양한 PB제품을 팔고 있다.

테스코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파인스트(Finest)''헬시 이팅(Healthy Eating)'등을 내놨다. 막스 앤 스펜서는 팔고 있는 제품 전체가 PB다. 현재 영국 대형 소매점에서 팔리는 제품의 45%가 PB상품일 정도다. PB 매출이 20% 정도인 미국의 배가 넘는 수치다.

FT는 영국의 소매할인점들이 현재 주종을 이루는 식품.생활용품 PB를 넘어서 앞으로 의류 등 다양한 종류로 PB를 확대하는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초 백화점 의류에서 PB가 시작됐지만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백화점 PB는 수그러들고 할인점에서 식품.생활용품을 중심으로 PB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국내 1위의 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97년 당시 2백개 정도였던 PB가 지난해 말에는 3천5백가지로 늘어났으며 PB 매출도 전체의 15%인 1조원에 달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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