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키우는 수해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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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보았던 강원도 영동지역 곳곳에서는 장마철인 요즘에도 수해 복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이처럼 늦어진 것도 문제지만 공사가 잘못 진행되면서 오히려 수해를 키우고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6일 강릉.양양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해 복구 사업의 문제점을 따진 현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강릉시 사천면 사천천의 일부 구간에서는 수해로 무너진 하천변 도로를 복구하면서 도로를 하천 쪽으로 넓히는 바람에 하천 폭이 좁아졌다. 자연형 하천공사를 한다면서 바닥과 축대를 콘크리트로 덮어 버렸다.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훨씬 더 커졌다.

양양 남대천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바닥을 파내고 하천을 곧게 만들었다. 하천 생태계가 훼손된 것은 물론 홍수 때는 강물의 흐름이 빨라지고 파괴력이 높아져 하류지역의 피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강릉 연곡천에 설치된 어도(魚道)는 경사도.칸막이 구조 등이 잘못돼 물고기 이동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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