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학교에서 학급석차를 매기지 않으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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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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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대한민국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사회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교육·직장은 물론 연애 경쟁도 사람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 자본주의 체제이니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회에 좋은 영향도 있지만 악영향도 상당하다.

 독일도 한국과는 좀 다르지만 기본적으론 자본주의 사회이므로 경쟁을 긍정적으로 본다. 독일엔 “경쟁은 사업에 활기를 준다(Konkurrenz belebt das Geschaeft)”라는 말이 있다. ‘건전한 경쟁(gesunder Wettbewerb)’이란 말도 자주 쓴다. 서로 배려하고 지나치게 시기하지 않으면서 경쟁하면 각자 상품 가치와 품질이 좋아진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 사이에 건전한 경쟁이 있으면 이를 통해 서로 실력을 늘릴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경제에선 소비자에게 더 넓은 선택범위가 생기고 시장이 늘어난다. 경쟁 과정에서 국가가 ‘경비 역할’을 하며 복지를 늘리고 빈부격차가 심해지지 않도록 도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경제’보다 ‘사회적 시장경제’로 불리는 독일의 경제 형태가 마음에 든다. 적당한 복지제도는 건전한 경쟁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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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교육 분야에서도 경쟁이 필요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학교에서 반별로 등수를 매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게다가 한국에선 ‘누가 더 잘하는지’ ‘누가 가장 못하는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독일 학교에선 누가 1등인지만 알 수 있을 뿐 나머지 학생의 등수는 선생님 외엔 알 수 없다. 시기심에 빠지거나 꼴찌라고 놀림당한 학생이 공부할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사람마다 잘하는 과목과 관심 분야가 서로 다르게 마련이다. 학교란 함께 공부하며 서로 돕는 정신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키우는 곳이다. 따라서 ‘누가 더 잘하느냐’라는 질문은 새와 호랑이를 비교하며 ‘누가 더 나은가’를 따지는 것처럼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그 사람은 무엇을 잘하느냐’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에선 남과 비교해 1등과 꼴찌를 따지는 것보다 자신의 발전을 이룬다는 개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면 시기심이나 지나친 욕심이 생긴다. 학생들은 그런 감정 때문에 더 불안해지고 인격적인 성장도 더뎌진다. 학생 모두가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반 등수 발표를 과감하게 없애면 어떨까. 잃는 것은 지나친 경쟁이고, 얻는 것은 건전한 경쟁이 아닐까.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