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창안제 명물이던 구룡장식 패루,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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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 모습. 장안대로 바이두 캡처,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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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 모습. 장안대로 바이두 캡처,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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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인 모습.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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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인 모습.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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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인 모습.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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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현장 모습.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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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후 모습. 장안대로 바이두 캡처, 사진 바이두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창안(長安)대로를 따라 서쪽 4㎞ 거리에 있는 국가개발은행 본점 앞에는 화려한 중국 전통 양식의 패루(牌樓)가 우뚝 서 있었다. 현대식 디자인의 웅장한 건물과 전통 양식의 상징물이 묘한 대비를 이뤄 행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곤 했다. 황제가 사용하던 시설에서만 볼 수 있던 9마리의 황금 용 장식과 붉은 기둥, 노란색 타일 등으로 이뤄진 이 '명물'이 29일 사라졌다. 중국 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한 밤샘 작업 끝에 철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철거 명령을 내린 주체는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후 공무원과 국영 기업체 직원들을 벌벌 떨게 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소속의 순시조였다. 말 그대로 정부와 당의 각급 기관을 직접 찾아가 각종 기율 위반 사례가 없는지를 감사하는 조직을 말한다. 국가개발은행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순시조가 상주하며 조사를 해 왔다.

베이징청년보는 "순시조 조사 결과 국가개발은행은 사무실이 (면적·설비 등) 소정의 기준을 뛰어넘고 각 지방에 호화 호텔을 짓고 방치하는 등 사치와 낭비 풍조가 심하며 공금으로 향응을 즐기고 선물을 구입하는 등 엄중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기율위가 문제의 패루를 철거한 것도 이런 기풍을 뿌리뽑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패루 철거와 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패루는 천위안(陳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은행장을 역임하던 2012년 새 건물 신축에 앞서 세워졌다. 천 부주석의 아버지는 중국 건국 원로이자 1980년대 개혁개방을 주창한 덩샤오핑(鄧小平)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천윈(陳雲ㆍ1905∼1995)의 아들이다.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는 당시 덩의 편에 선 적극적 개혁파였고, 천윈은 개혁개방에 소극적이던 보수파의 좌장이었다. 또 천 부주석의 집안은 과거 시중쉰의 실각에 앞장섰던 보이보(簿一波) 전 부총리 집안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보의 아들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아들과 천 부주석 딸의 연애설이 인터넷에 사진과 함께 나돌기도 했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보사라이도 다롄(大連)시장 시절 시청사 앞 광장에 9마리 용이 들어간 전국 최고 높이의 돌기둥을 세웠다"며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구룡(九龍) 장식이 이번 철거 결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보시라이는 구룡 장식의 돌기둥으로 인해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란 세간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장안대로 바이두 캡처,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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