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e판결] 대법 "공무원되기 전의 정당가입은 처벌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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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된 후에도 원래 가입했던 정당을 탈퇴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은 육군 대위 배모(31)씨의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다만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북한을 찬양ㆍ고무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배씨는 대학 1학년 때인 2004년 군 장학생에 선발됐고 2008년 8월 소위로 임관해 군 장교로 복무했다. 문제는 배 씨의 과거 이력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군 검찰은 배씨가 대학 3학년과 4학년 때 각각 단과대학 부총학생회장, 총학생회 집행부를 맡으며 이적단체인 한총련에서도 대의원으로 활동한 사실을 적발해 2011년 배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07년 6월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에 학생위원으로 가입했던 사실도 찾아내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정당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을 맡은 보통군사법원은 국가보안법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배씨의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처분했다. 배 씨가 민노당에 가입한 지 3년이 지나 국가공무원법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군 검찰은 배씨가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민노당을 탈퇴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공소장을 변경했다.

하지만 2심은 배씨의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정당 가입을 한 즉시 범죄가 완성되는데배 씨의 경우 공무원이 신분이 되기 전에 정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정당 가입’과 ‘당적 유지’는 엄연히 다르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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