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대형선박 100척 뚝딱 "거제조선소 구경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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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크레인의 높이는 2백48m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크레인입니다. 그래서 골리앗이란 이름이 붙었지요. 이 크레인에 페인트를 칠하는 데만 2억2천만원을 들였지요."

지난 1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골리앗 크레인 앞. 국방대학원 석사과정 28명이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탄성을 지른다.

비슷한 시각, 본관 브리핑 룸에는 일본 고베(神戶)제철소 기술진 5명이 회사 홍보 영화를 관람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부산 혜화여중 3학년생 1백90명을 태운 5대의 관광버스가 들이닥쳤다.

이날 대우조선을 찾은 사람은 모두 5개팀 3백여명.

거제지역 조선소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 오르고 있다. 대우.삼성 등 두 조선소는 해마다 각각 50척 안팎의 배를 만들고 있다.

세계 선박 건조물량의 20%다. 새로 만든 배 5척 중 하나는 거제지역에서 띄워지고 있는 셈이다. 돈으로 따지면 6조9천억원어치나 된다. 세계 조선의 메카가 됐다.

올 1월부터 6월 말까지 대우조선을 들른 사람은 2천9백24팀 8만5천3백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쯤 늘었다.

대우조선 의전팀 김용택 차장은 "경기가 나쁘다고 야단인데 조선업은 호황입니다. 한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다보니 선박 건조현장을 직접 보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현장을 둘러본 국방대학원 박정화(28.여)육군대위는 "이렇게 발전한 우리의 조선기술을 지금껏 몰랐던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현장 기술자들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국방대학원 석사과정 2학년생들은 해마다 조선소를 찾는다.

부산 혜화여중 3년 황용민(13)양은 "30만t급의 큰 배도 2백20여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장난감 짜맞추듯 조립해 만든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 했다.

인근에 있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최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달에 7천3백명이 다녀가 올들어서만 관광객이 3만명대를 돌파했다.

이 회사의 인기코스는 조선소 역사관인 '마린테크 프라자'다. 주요 선박과 해양구조물 모형 50여개가 전시돼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

대우.삼성 두 조선소는 관람객들이 몰려 들자 생산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별도의 관람 코스를 개발했다. 또 직원 부인을 도우미로 배치해 일손을 돕고 있다.

삼성 거제조선소 이석조 홍보파트장은 "활기 찬 조선소를 둘러본 관광객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안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거제도에는 외도해상식물원.포로수용소.해금강 등 관광명소도 적지 않아 조선소 관람을 연계한 관광상품도 나오고 있다.

거제=김상진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관람신청=방문날짜.시간.단체명.인원.차량번호.연락처 등을 적어 방문 하루 전까지 접수하면 된다. 전화와 인터넷으로 접수가 가능하다. 대우조선=055-680-2251.(www.dsme.co.kr), 삼성조선=055-630-6236.(http://shi.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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