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엄마, 안철수에게 "의사셨잖아요. 제발 우리 아들같은 사고 안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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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12일 고(故) 신해철씨의 유족·지인을 만나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 제정을 위해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신씨의 어머니 김화순씨와 누나 신은주씨, 드러머 남궁연씨 등을 만났다. 안 대표는 “저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관련 사안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직접 (유족들의) 말씀을 듣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 하려 모셨다”며 유족들을 맞이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김화순씨는 “너무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제가 아들을 잃고보니 우리 아들 사망 전에도 다른 희생자가 있었다고 하더라. 아들이 심장마비가 왔을 때 병원 기계에 충전도 안 돼 있었다더라”며 “한 번 사람이 죽었으면 (의사가) 무죄라는 입증이 있을 때까지 일단 병원을 못하게 정지 시켜야 그 다음 사람 사고를 막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백발에 외투차림으로 찾아온 김 씨는 “나는 우리 아들이 간 순간부터 내 생명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말도 두서 없고 무슨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안 대표가 힘좀 써달라. 안 대표는 의사셨지 않나”라며 “우리 아들같은 불행한 사고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부인 윤원희 씨는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고인과 함께 음악활동을 했고, 콘서트를 주관한 드러머 남궁연씨는 “선진국에서는 의료사고가 있었던 의사의 자격을 정지시키는데 (우리나라는) 안전장치가 없다”며 “저희는 이 법으로 의사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고 합리적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입법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하겠다”며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최대한 노력해보고, 안 되더라도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면담에 함께 참여한 치과의사 출신 국민의당 김영환(4선·안산상록을) 의원은 “신해철씨의 계기로 억울한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관련 법을 입법화하기 위해 국민의당이 참여해 공청회를 열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은 고인의 부인 윤씨와 남궁연시를 당의 ‘의료사고 예방ㆍ생명윤리 존중위원회’(가칭) 공동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측의 동의 없이도 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제도가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조정·중재 신청을 해도 병원의 동의가 없으면 절차를 밟을 수 없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관련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2014년 3월)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2015년 11월)이 발의했지만, 공청회나 본격적인 법안 검토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19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이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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