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벗고 김정은 옆자리 앉은 北 김영철…통일전선부장 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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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맨 오른쪽)이 군복 아닌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인민군 정찰총국장에서 통일전선부장 및 당 대남담당비서를 맡은 사실을 북한이 우회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및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에 김영철(70)을 임명한 사실이 4일 공식 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자에서 김영철이 군복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회의에 참가한 사진을 게재하면서다.

2009년부터 인민군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은 지난 1일 새해 첫 공식행사인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는 군복 차림으로 참석했었다. 지난해 12월29일 사망한 김양건 통전부장 및 대남 비서 후임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임명된 것으로 정보 당국 등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그간 “북한 매체에 공식 등장할 때까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노동신문은 4일자에서 지난 2~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노동당 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확대회의를 보도하며 이같은 사진을 2면에 작은 사진으로 실었다. 이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바로 오른쪽엔 최용해 당 비서가, 그 옆에 김영철이 남색 인민복을 입고 앉아 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대남 도발을 도맡아온 ‘대남 총책’이다. 미국 소니사 해킹 및 농협 전산망 공격에 이어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등이 모두 그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군에서 잔뼈가 굵었으나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 및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등 북측 대표를 맡아 남북 회담에도 관여해왔다. 대남 도발 총책으로 대표적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에게 대남 사업을 맡긴 것은 김 위원장이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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