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웃 美와 '다른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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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과 캐나다의 국가 이미지를 선명하게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어를 많이 쓰는 퀘벡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영어권이다.

따라서 미국과 같은 문화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키아누 리브스, 짐 캐리, 마이클 J 폭스, 폴 앵카, 셀린 디옹 등 캐나다 출신 연예인들도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있다.

8천8백93㎞(본토와 6천4백16㎞, 알래스카와 2천4백77㎞)나 국경을 맞대고 있다. 미 공항에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캐나다 시민권자'를 위한 입국대가 별도로 있다. 게다가 캐나다는 국제 문제에서 항상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다.

그런 캐나다가 최근 대내외 정책에서 미국과 완전히 상반된 길을 가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지난 3월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인들은 반전 입장을 밝힌 프랑스에 대해 포도주 불매운동을 하고 프렌치 프라이를 리버티 프라이로 이름 바꾸는 등 화풀이를 했지만 정작 등잔 밑은 어두웠던 셈이다.

5월에는 소량의 대마초 소지를 허용했다. 미국에서는 대마초 소지가 여전히 불법이다. 6월에는 캐나다 대법원이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선 텍사스주의 동성애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변화를 두고 캐나다의 방송 풍자 작가 릭 머서는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캐나다가 유럽 국가가 됐다"고 비유했다. 유럽에선 네덜란드 등을 필두로 대마초 소지를 합법화하고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등 진보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문제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1992년, 96년, 2000년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미국과 캐나다인의 가치관 변화를 분석해 '불과 얼음: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가치 역전의 신화'라는 책을 낸 마이클 애덤스는 "대조적인 두 가치관 사이에서 캐나다는 유럽의 진보적인 가치관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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