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대학 학점 미리 따는 UP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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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대학 강의 ⑤] 대학 학점 따는 UP 프로그램

무크(MOOC)가 온라인으로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거라면 UP(University-level Program: 고교-대학 연계 심화과정)은 오프라인으로 대학 강의를 듣고 학점까지 따는 프로그램이다. 온라인과 달리 무료는 아니고 지원자 추천 과정도 거쳐야 하지만 현장에서 보다 강제성 있게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게다가 학생부 기재가 가능해 도입 4년 만에 고등학생 수강자가 6배 가까이 늘었다.

[열린 대학 강의 시리즈 안내]

① 한국형 무크(K-MOOC) 들어 봤나요?
② K-무크 인기 강의 TOP 7
③ 고교생 K-무크 들어 보니
④ 해외 명문대 무크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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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방학이 한창인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15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수료증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3주간 진행된 겨울학기 UP 프로그램을 마친 대진여고 1학년 김가영 학생은 방학을 알차게 보낸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일반 화학 Ι’을 수강한 김 양은 “화학과와 생명과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미리 강의를 듣고 싶었다”면서 “방과후 활동을 대체해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대학 연구실을 견학함으로써 앞으로의 진학에 대해서도 보다 뚜렷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인하대 거시경제학을 수강한 광문고 1학년 나도원 학생은 학교 선생님이 적극 추천해 대학 캠퍼스 생활을 2년이나 일찍 맛봤다. 나 군은 “고교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 다소 어려웠지만 그만큼 흥미롭고 유익했다”면서 “대학생이 돼 보는 흔치 않은 기회라 다음 여름 학기에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법 제23조에 따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목표이지만 이 밖에도 UP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것은 상당하다. 전공을 희망하는 과의 강의를 앞서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진로 방향에 합당한지 등 점검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대외 활동과 달리 학생부 기재가 가능해 대학 입시 전형에 활용할 수 있다. 교과 관련 교외 활동은 원칙적으로 학생부 기재가 금지돼 있지만 UP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공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라 유일하게 허용됐다. 대학 과정의 심화 교육을 제공해 사교육을 줄여 보겠다는 차원에서 교육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위탁했다.


UP 프로그램 이수는 학생부의 ‘교과학습 발달상황’ 란에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적을 수 있다. 구체적인 이수 성적까지는 밝히지 않고 이수 과목과 학점, 시간만 기재한다. 지난해 대교협 자료에 다소 혼선이 있어 대학에서 UP 자체를 전형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었지만 이후 해명이 이뤄졌다.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수시 전형이 점차 강화되면서 UP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등학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도입 첫 해인 2012학년에 331명이던 수강자가 2013학년 769명, 2014학년 1367명, 2015학년(2016년 1월 겨울방학 포함) 1871명으로 늘었다.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사진=중앙포토]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사진=중앙포토]

오프라인 강의여서 시간 제약과 자격 제한이 있다. 여름·가을 방학이나 학기 중 주말을 이용해야 한다. 고교 전체 성적과 수강희망 교과 성적을 고려해 대학 수준의 강의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 학교장 및 교사의 추천도 필요하다. 이론과목은 3학점을 따는 데 45시간에 20만원이 들고 실험과목은 1학점에 30시간 14만원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은 수강료를 전액 지원한다. 특히 수시에 합격한 고3 학생은 합격한 대학에서 특별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강의 과목은 글쓰기, 영작문, 미시경제학, 미적분학Ⅰ·Ⅱ, 통계학 등 대교협에서 인증한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 정해지며, 대학별로 전임교수나 강의 경력이 풍부한 강사가 담당한다. 서울여대의 이재성 기초교육원장은 “UP 과정이 참가 학생들의 진로 및 진학 설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여대의 프로그램엔 이번 겨울방학 때 전국 69개 고교 159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강의를 개설한 대학은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가톨릭대, 강원대, 국민대, 경북대, 부산대 등 26개로, 모두 96개 강의가 있었다. 수시 합격생을 위한 특별학기로는 단국대와 부경대, 한남대 등 7개 대학이 24개 강의를 열었다. 강의를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협약을 맺은 대학들끼리 이수한 학점을 인정해 주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82개에 이른다. 성균관대와 숙명여대, 이화여대, 중앙대, KAIST 등이다. 조기졸업 및 복수전공 등에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UP 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 기존의 대학과목 선이수제도를 계승한 것이다. 미국의 AP(Advanced Placement), 유럽의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등과 유사하다. 해외에선 요즘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를 통해 AP 과목을 이수하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 MIT, 버클리대 등에는 고등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AP 강좌가 100여 개도 넘는다.

숙명여대 글로벌캠퍼스 http://www.kc4dh.com [사진=kc4dh 홈페이지 캡처]

숙명여대 글로벌캠퍼스 http://www.kc4dh.com [사진=kc4dh 홈페이지 캡처]

무크 플랫폼인 숙명여대 글로벌 캠퍼스 사이트를 통해 스터디 그룹을 짜면 일부 해외 명문대의 AP 코스를 들을 수 있다. 숙대 김형률 교수는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ASU)는 세계 최초로 무크(에덱스)를 통해 정규 과정의 학점을 인정한다”면서 “수료 후 기말 시험에 통과하면 과목당 45달러에 학점을 준다”고 말했다.


대교협도 UP프로그램을 앞으로 무크와 연계할지 검토할 생각이다. 또 수시 합격자를 위한 특별과정을 더욱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대교협 김병진 입학팀장은 “합격생들을 위한 3학년 2학기 과정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면서 “입학 전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UP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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