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아베 총리, 무릎 꿇고 사죄하고 배상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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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 강일출 할머니(왼쪽), 이옥선 할머니(오른쪽),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아베 총리가 무릎 꿇고 사죄하고 배상해! 돈 몇 푼 쥐어주고 입 막으려고? 절대로 안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0), 강일출(89) 할머니가 26일 일본 도쿄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직접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이날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할머니들은 지난달 한·일 양국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피해자는 어디에 있고 (한국과 일본)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며 “피해자 눈을 감기고, 감추고, 뒤로 물러서 있게 하고 (합의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돈, 그 잘난 것 몇 푼 되지 않는 것 쥐고 와서 할머니들 입을 막으려고 했지. 절대로 안 된다. 우리는 너무 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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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 강일출 할머니(왼쪽), 이옥선 할머니.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강일출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나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법적 배상도 하기 싫고 그러면 우리가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저 세상에 가야 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역사 문제를 솔직히 해야지. 일본에도 후세들이 있고 한국에도 후세들이 있다”며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을 촉구했다.

아베 정권이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는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강제로 끌려가서 온몸에 칼 맞고 매 맞고 매일 피투성이가 됐다”며 “이렇게 해놓고도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이게 진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강 할머니도 “우리를 끌고 가서 이런 짓을 했는데, 우리는 당했는데 (일본 정부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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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 회견 도중 눈물 흘리는 강일출 할머니(왼쪽), 이옥선 할머니 사진 이정헌 도쿄 특파원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강일출 할머니는 “우리를 죽일래, 소녀상을 없앨래, 그 두 가지로 말하라”며 “우리가 살아 있는데 왜 소녀상을 없애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절대로 그건 다치게 못해. 누구든지 거기에 손을 못 댄다”고 했다.

할머니들과 함께 도쿄를 방문한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소녀상은 종로구청의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서 합법적으로 세웠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철거하라, 이전하라 얘기할 수 없다. 시민단체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눔의 집도 이전하라, 철거하라 얘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1927년생인 이옥선 할머니는 16세 때 울산에서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옌지 등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 192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강일출 할머니 역시 16세 때 강제 연행돼 중국 선양과 창춘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두 할머니는 27일 도쿄 전국노동연합회관, 29일 오사카 구민센터, 30일 오사카 리가로얄NCB센터, 31일 오사카 사회복지회관에서 잇따라 증언회를 열고 위안부 피해와 참상을 고발한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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