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시에 직류별 전문과목 한두 개 필수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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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8년부터 9급 '공시'(공무원 시험)에서 세무·통계·검찰 등 모집직류별로 세법·통계학·형법 같은 전문과목이 필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는 직류별로 이들 과목을 보지 않고도 합격이 가능한데 이렇다 보니 합격자의 직무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르면 2018년부터…5·7급도 단계적 개편 해 직무전문성 강화하기로
혁신처 "전문과목 선택 기피 심각…고졸자 위해 지역인재 선발 확대"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의 '우수인재 채용을 위한 시험과목 개편' 방안 등을 올해 인사혁신처의 주요 업무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공무원의 기본소양과 함께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공채 시험과목이 9급부터 단계적으로 바뀌게 된다. 혁신처는 "9급 공채에선 공무원의 실제 업무에 필요한 직무관련 전문과목 최소 한두 개가 '직무역량과목'이란 이름으로 의무화 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과목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9급 공채는 국어·영어·한국사 등 필수과목 3개와 선택과목 2개를 보게 돼 있다. 선택과목은 모두 6개('일반행정' 직류는 5개)로 직류별 전문과목 2개와 사회·과학·수학 등 고교과목 3개, 행정학개론 등이다. 전문과목은 직류별로 ▶일반행정은 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 ▶교육행정은 교육학개론·행정법총론 ▶세무는 세법개론·회계학 ▶통계는 통계학개론·경제학개론 ▶검찰은 형법·형사소송법 등이다.

올해까지는 응시자가 전체 선택과목 중에서 전문과목을 하나도 고르지 않아도 된다. 2013년부터 9급 공채 선택과목에 고교과목이 포함되면서다. 고졸자의 9급 합격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였다.

혁신처는 "고교과목과 행정학개론 중 2개 과목만 선택해도 합격이 가능하다 보니 응시자들이 전문과목 선택을 기피하고 그 결과 합격자의 업무 적응능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혁신처에 따르면 세무 직류의 경우 세법개론·회계학 등 전문과목을 하나도 보지 않은 이가 지난해 전체 합격자(2075명) 중 75.6%나 됐다.

혁신처 황서종 차장은 "일반행정·교육행정·세무·통계·검찰 등 직류 구분 없이 고교과목과 행정학 선택으로 합격이 가능하다 보니 직류별로 구분해서 채용하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직무전문성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또 "대졸자 이상이 수험전략으로 고교과목을 선택해 합격하면서 고졸자 합격률이 오히려 낮아져 현재 정책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전문과목을 공부하기 어려운 고졸자를 감안해 고교과목을 선택과목에 포함시켰는데 대졸자도 전문과목 대신에 고교과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혁신처에 따르면 그 결과 9급 최종합격자 중 고졸 이하 비율이 시행 첫해인 2013년 2.0%에서, 2014년 1.5%, 지난해 1.4% 등 오히려 매년 줄었다.

혁신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직류별로 전문과목을 최소 1개 이상 의무적으로 보게 해 합격자의 직무전문성을 강화하되 고졸자의 공직 진입 확대를 위해선 9급 공채와 별개 시험인 고졸 졸업자 대상의 지역인재 9급 수습공무원 선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인재 9급 수습공무원 선발은 2012년 104명에서 지난해 150명으로 확대됐는데 올해는 여기에서 10명 더 늘어난 160명을 뽑기로 했다.

황 차장은 공채 개편 시행시기와 관련해 "공직 내외의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개편방안 확정시에는 수험생에게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석달 뒤인 4월에 올해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실시되는 등 이미 예고된 시험이 있는 만큼 첫 시행은 일러도 2018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처는 5·7급 공채도 직무역량 평가의 적합성과 타당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혁신처는 업무보고에서 공직사회 개방 확대를 위해 정부 국·과장급을 공개모집으로 충원하는 개방형 직위 중 민간인만 응모 가능한 경력개방형 직위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개방형 직위 437개 중 경력개방형 직위는 38%인 165개인데, 이를 절반 수준인 218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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