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제출된 한국방송공사(KBS)의 2002년도 결산 승인안이 부결됐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결산 승인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KBS의 결산 승인안은 1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찬성 72, 반대 69, 기권 14표로 찬성이 과반수에 미달해 부결됐다. 반대표는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던졌다.
지난달 27일 소관 상위인 문광위는 KBS가 천재지변 등 비상용도로 쓰게 돼 있는 예비비 중 93%인 1백12억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출한 것을 문제삼았지만 결산 승인안 자체는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뒤늦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정연주 사장의 KBS를 견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KBS의 방만한 자금운용을 집중 성토했다. 타 방송사에 비해 KBS의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KBS의 경우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액이 1억1천9백만원인 데 비해 SBS는 2억4백만원, MBC는 1억9천3백만원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SBS에선 한 사람이 하는 일을 KBS에선 두 사람이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정연주 사장의 임명 배경에 문제가 있고, '노사모'에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 사람(문성근)을 시사프로그램의 사회자로 앉히는 등 이념에 문제가 있다"며 결산안 부결을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배기선 의원은 "기간방송으로서 공영성을 유지하며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한 KBS가 무너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찬성 표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부결이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강갑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