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신 이젠…中 관광객, 비싸도 일본 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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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에어비앤비 코리아 사장

최근 정부는 ‘2016~2018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발표했다.

한국은 오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나라다.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구별되는 독특한 도시 문화와 친절한 국민이 있다. 자신있게 한국 방문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를 유치했다. 한국 방문의 해를 정하며 정부가 나서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모습도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한국을 찾은 손님들을 잘 모시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주요 관광지표를 살펴보자.

2015년 10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96만 명이다. 그 가운데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최소 1120만 명, 최대 144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중국을 빼놓고는 한국의 관광산업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이 한국보다 일본 관광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실제로 2015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한국에 들른 사람보다 많았다.

재방문자 수치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재방문자 비중이 2011년 14.8%에서 2014년엔 11.6%로 줄었다. 체류기간 역시 2011년 10.1일에서 2014년엔 5.7일로 짧아졌다. 지난 3년 사이에 재방문자의 수는 20%, 체류 기간은 절반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여러 원인이 있다. 저가 여행상품으로 인한 관광의 질 저하, 단체관광객 중심의 운영, 부실한 관광 안내, 쇼핑 및 유흥오락 중심의 단순한 관광 패턴, 수도권 및 제주 중심의 방문지 편중 등이다. 단체관광객에게 똑같은 것을 보여주고,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관광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싼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여행의 질 저하와 만족도 하락, 방문객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지금 시점에서 그 고리를 끊지 못하면 과거 한국인의 단체관광객에게 사랑을 받았던 동남아 관광지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우리도 겪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 발전은 관광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 깃발을 든 인솔자를 따라다니는 단체관광객의 수가 줄고 개인 자유관광을 즐기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먹거리를 찾아서, 한류의 본고장을 찾아서, 쇼핑을 위해서, 레저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다.

방문 목적이야 제각각이겠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 한국인을 실제 생활 속에서 접하면서 한국의 진정한 멋과 매력을 느끼길 원한다.

에어비 앤비의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해외 방문자의 90%가 한국인의 삶을 경험하고 싶어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식당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 찾는 동네 맛집을 방문하길 원했다.

관광산업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단순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산업이 아닌, 새로운 경험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발전해가야 한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하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이해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 그 속에서 그 나라의 매력과 멋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규 에어비앤비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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