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 최희섭 선발 6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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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만든 행운의 안타였기 때문일까. 복귀 첫날부터 선발 출장에다 9회 마지막 공격까지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준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을까. 숨을 헐떡이며 2루 베이스를 밟고 선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빅초이' 최희섭이 메이저리그 복귀전 첫날 2루타로 부활을 알렸다. 최희섭은 1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6번타자, 1루수로 출장해 4타수1안타(2루타)를 기록했다.

지난달 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뇌진탕으로 쓰러진지 23일 만이다. 타율은 0.245로 약간 올랐다.

부상을 우려, 머리 보호대를 모자 속에 착용하고 나선 최희섭은 첫째.둘째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 셋째 타석에서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 타격감을 되찾는데 다소 고전했다. 필리스 배터리는 최희섭의 배팅 포인트가 늦다는 점을 간파, 몸쪽 공 위주로 승부를 걸고 나왔다.

그러나 최희섭은 3-4로 뒤진 9회초 2사후 마지막 타석에 나와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로 동점찬스를 만들어 에릭 캐로스 대신 자신을 선발로 내보낸 베이커 감독의 배려에 화답했다.

최희섭은 필리스의 마무리 호세 메사의 초구 바깥쪽 직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냈다. 2구째 똑같은 코스에 1백48㎞짜리 직구가 날아오자 여지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부상 전 벼락같은 스윙은 아니었으나 꾸준히 근력 훈련을 계속한 덕에 방망이는 깨지면서도 타구는 힘을 받았다. 3루수가 다이빙했으나 공은 옆을 빠져나갔다. 짧은 타구였지만 최희섭은 최선을 다한 주루플레이로 2루타를 만들었다. 그러나 컵스는 계속된 2사1, 2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3-4로 졌다.

최희섭은 2, 3일은 쉬고 오는 4일 필리스와의 4연전 마지막 경기에 다시 선발 출전할 예정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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