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수백 만 굶어죽어도 북이 조용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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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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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통치체제:
지배구조와 사회통제
안희창 지음, 명인문화사
359쪽, 1만8000원

외부에서 바라본 북한 체제는 기이하다. 폐쇄성까지 더해져 분석이 어렵다. 앞날을 예측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말 내로라하는 북한 전문가들이 앞다퉈 새해 전망을 쏟아냈지만 크게 빗나갔다. 핵 실험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북한은 신년 벽두에 ‘수소폭탄’ 실험을 감행했다.

 20여년 간 중앙일보 기자로 북한문제를 다룬 저자는 그 원인을 북한 통치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에서 찾는다. 그는 “북한 지배구조의 작동원리와 주민통제에 얽힌 비밀코드를 알아야 평양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학 박사 취득 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 변신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취재현장에서 품었던 의문 20여 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수백만명 아사(餓死) 위기에서도 왜 봉기가 없는지, 32살 최고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의 실체는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에 대해선 비관적 분석을 내놓는다. 일시적인 체제안정은 가능하나 역사적으로 볼때 정권붕괴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다. 친(親)인민적 행보를 내세우지만 핵과 미사일에 재원을 집중 투입하는 경제정책은 지지받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조선노동당 70년 통치를 깨알같이 분석하고도 “하나의 잠정적 ‘해답’일 뿐 ‘정답’은 찾지 못했다”는 저자의 말에선 북한 알기의 어려움이 묻어난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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