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0만원…롯데케미칼 신입 연봉, 일본업체보다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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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적정 수준의 대졸 초임을 제시할 계획이다.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예전 정률(%) 인상안 대신 정액(원) 인상안으로 변경해 내는 것과 함께 시행한다.

과장급부터 역전 “일본은 써보고 숙련도·성과 평가”

그 이유로 경총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여 청년을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임금만 합리적 선에서 정해져도 청년실업률이 확 떨어진다는 계산에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수준은 얼마나 될까. 일본 대기업과 비교하면 그 수준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합병한 롯데케미칼과 삼성SDI 화학부문 임금실사자료를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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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일본 산로종합연구소가 최근 펴낸 ‘2016년 모델임금실태자료’에 수록된 비슷한 규모의 화학업체와 비교했다. 이 화학업체는 2014년 근로자가 2041명이었으나 지난해 2200명으로 늘었다.

 분석 결과 롯데케미칼과 삼성SDI는 일본보다 대졸 신입사원 봉급을 훨씬 많이 줬다. 그러나 직급이 오르면서 임금 수준이 역전된다. 차장, 부장으로 올라갈수록 한국기업의 임금 인상은 박하고, 일본기업은 많이 준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4216만7000원인데 일본 화학업체는 3156만 4000원으로 롯데가 1060만3000원 많다. 이 격차가 5년차에 접어들면 297만9000원으로 좁혀진다.

과장급이 되면 일본 업체가 268만3000원 더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부장급에선 일본업체(9013만6000원)가 롯데케미칼(7856만5000원)보다 1157만1000원 더 받는다. 롯데케미칼 부장의 연봉은 일본 화학업체 연봉의 87.2% 수준이다.

 롯데에선 과장이 신입사원보다 41.6% 더 받고, 부장은 86.3% 더 많다. 일본 화학업체에선 과장은 신입사원 대비 두 배 가량(97.6%)으로 오르고, 부장급은 신입사원에 비해 세 배 정도 임금을 받는다.

 기능직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케미칼 기능직은 초봉이 3277만원인데 반해 일본기업의 고졸 기술직은 2566만원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27.7%(711만원) 많다.

 경총 김동욱 기획홍보본부장은 “일본은 인재를 뽑아 써보고 그 숙련도와 성과, 역할에 따른 책임을 평가해 확실하게 보상하는 시스템인데 반해 한국은 인재를 뽑을 때 듬뿍 쓰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러다 보니 여력이 안돼 인재를 확보하기 힘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삼성SDI가 부장급을 제외하곤 모든 직급에서 롯데보다 봉급이 적었다. 성과급과 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과 같은 변동수당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 임금체계가 개편되기 전에는 이런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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