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애인 석고상 두고 거물 큰손들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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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파블로 피카소. [자료제공=사이언톨로지 ‘프로젝트 셀레브리티’]

파블로 피카소가 제작한 여성 상반신 석고상을 두고 세계 미술계의 큰 손 간에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작품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서다. 당초 석고상을 소유하고 있던 피카소의 자녀가 과연 누구에게 작품을 팔았는지가 초점이다.

1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문제의 석고상 '여인 흉상'을 소유하고 있던 피카소의 딸 마야 위드마이어 피카소는 이 작품을 한 번은 카타르 왕족에게, 또 한 번은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인 래리 가고시안에게 팔았다.

마야 위드마이어는 피카소가 40∼50대 시절 사귀었던 마리 테레즈 발테르 사이에서 난 딸이다. '여인 흉상'은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한 작품. 곡선을 강조해 관능적이고, 감성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먼저 작품을 구입한 건 카타르 왕족이다. 왕족의 대리인은 왕족이 2014년 11월 작품을 4200만 달러에 구입하는데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고시안 측은 지난해 5월 작품을 1억600만 달러(약 1285억원)에 구입한 뒤 뉴욕의 한 수집가에게 재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연 왕족 측이 그렇게 낮은 가격에 피카소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구입 대금 전체를 지급한 유효한 계약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왕족 측은 가고시안이 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지난해 봄 피카소의 딸은 이미 그런 결정을 내릴 인지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딸 측에서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거래 계약이 은밀하게 이뤄져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불투명한 미술 시장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카소의 경우 생전 여러 명의 아내와 연인이 있었고, 수 많은 자식과 손자·손녀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하다고 했다.

작품은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 조각전에 출품돼 전시 중이다. 전시는 다음달 7일에 끝난다. 가고시안 측은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구입한 뉴욕 수집자에게 작품이 전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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