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와 새로운 각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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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7면

2016년 새해를 맞이해 각자 나름대로 새로운 각오로 보람찬 삶을 설계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새해를 맞을 때마다 그 해에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각오를 다지곤 했었다. 이와 더불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새해를 맞이한다는 사실에 대한 생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첨단 디지털 기기들과 문명이 빠른 속도로 발달한 오늘날 사람들은 20세기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에게 더 큰 관심을 갖는다. 그가 불과 나이 26세에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과 광전자효과이론이 있었기에 이러한 문명이 가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론에서 밝혀놓은 법칙들은 그가 창조한 것이 아니라 천지창조라고 불릴 수 있는 빅 뱅(Big Bang) 사건 처음부터 있던 것이다. 그는 전구 제조회사를 운영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빛에 관해 큰 관심을 가졌다. 앞선 세대의 과학자들이 빛에 관한 법칙을 밝혀온 과정에서 의문으로 남아있던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한 끝에 이 법칙들을 발견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물질과 에너지도 하나라고 밝힌 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해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것을 좀 더 이해하고 사유해 나가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깊이 해 나갈 수 있다. 잘 하면 삶과 죽음에 대해 좀 더 초연할 수 있는 자유의 경지에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것이기에 아인슈타인이 인류에게 던져준 선물은 그가 본래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공간은 물질이 존재함으로써 생겨나고 물질이 팽창해 나감으로써 커져간다. 시간은 물질이 회전하거나 이동함으로써 생겨난다. 우리는 지구라는 천체 표면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지구라는 물질이 있어서 공간이 형성되고, 그것이 자전하면서 날이 생겨나며,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해가 생겨난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한 것을 하루라고 하고, 그것을 24등분으로 나누어 시간이라 하며,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도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표준시를 정하여 질서정연한 시간 개념이 형성된다. 한 해의 시작 시점도 각자 나름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민족들이 양력을 함께 사용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양력 1월 1일은 인류가 이날을 새해 첫날로 여기기로 약속한 것이어서 이를 존중하고 지켜야 공동체 삶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마음먹기에 따라, 각자에게 의미 있는 어떤 사건에 따라 새로운 다짐을 통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양력 1월 1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교통사정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동해안으로, 높은 산봉우리로 간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음력 1월 1일 아침에 그렇게 한다. 이날만을 새해 첫날로 삼아 신선한 마음으로 삶을 대하다가 오래지 않아 헌 해가 되어버린 나머지 시간을 진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맞이하는 아침은 나의 태도에 따라 날마다 새해 아침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매일은 실제로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로운 날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날마다 신선하고 새롭게 사랑의 삶을 살자고 크게 외치고 싶다.


전헌호 신부hhchun@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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