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_____ 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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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은 젊음을 상실함으로써 완성되는 상태다. 그러니까 늙는다는 건 젊은 생기와 젊은 꿈과 젊은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노인을 바라볼 때, 모든 걸 다 잃어버린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애잔함으로 우리 마음은 종종 어지럽다.

7080 어르신 50명에게 물었더니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젊음이 바라보는 늙음의 모습일 테다. 아직 노인이 되지 못한 청춘 세대는 노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문득 궁금해졌다. 늙음이 바라보는 젊음은 어떤 모습일까. 노인이 생각하는 청춘은 어떻게 정의될까.

 청춘리포트팀은 지난 4일 경기도 수원 일대의 양로원·노인정·노인복지회관 등을 찾았다. 그곳에서 70~80대 노인 50명을 만나 물어봤다. 어르신이 생각하는 청춘은 무엇인가요.

 50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삐뚤삐뚤한 글씨로 ‘청춘은 OOO이다’는 문장의 빈칸을 채워갔다. 어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 듯 먼 산만 바라봤고, 어떤 할머니는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닦아가며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정의한 청춘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빛깔의 말들이었다. 꿈, 희망, 행복, 기쁨, 꽃…. 최민혁(78) 할아버지는 ‘청춘은 꿈이다’라고 적은 뒤 이렇게 말했다.

 “확실한 꿈이 있어 아름다운 때가 청춘이지. 제약 회사, 건설 회사에서 일하며 자식 키우다 보니 청춘이 다 흘러버렸더라고. 이렇게 나이가 들었어도 물론 꿈은 있지. 편안하게 저세상으로 떠나는 꿈….”

 2016년 새해에도 청춘들은 팍팍한 삶을 그저 견디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며 청춘 세대도 늙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미 청춘의 때를 지나온 70~80대 어르신들은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청춘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니 청춘리포트를 애독하는 청춘 세대여, 2016년 새해에는 ‘꿈’이란 말을 가슴에 품고 활기차게 전진하시길!

  정강현 팀장, 김지아·강지민 인턴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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