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양건’ 자리 원동연·김완수 유력 … 누가 돼도 김정은이 직접 관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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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6 면

김양건 사망으로 북한 대남 비서 및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 관심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3년 김용순 비서가 사망한 뒤 4년 동안 그 자리를 공석으로 뒀다. 대남 관계는 김정일이 직접 챙겼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다. 2007년 통전부장에 임명된 김양건은 대남 관계에 전혀 경험이 없었다. 당 국제부에서 20년 동안 잔뼈가 굵은 중국통이었다. 그런 경력을 가진 김양건을 통전부로 옮긴 것은 김정일이 대남 관계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였다.


 김정은도 그동안 김양건이 있었지만 대남 관계를 직접 챙겼다. 김양건은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지 김정은에게 대남 관계와 관련해 먼저 언급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통전부장을 공석으로 둘 가능성이 크다. 제1부부장 체제를 유지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통전부장을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이 후임 통전부장을 임명한다면 원동연(69) 통전부 제1부부장이 유력하다. 김정은은 대남 문제와 관련해 조언을 구하거나 지시를 할 때 김양건보다 원동연을 더 자주 찾았다. 원동연은 대남 관계만 30년 넘게 맡아 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는 녹내장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참모형으로 조직을 책임질 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고령이라 세대 교체와 맞물리면 어려울 수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김완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서기국장 겸 통전부 부부장이다. 김완수는 남북 적십자회담 대표와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을 맡는 등 남북 관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통전부 내에서 신망이 높고 유연하며 유머가 많을뿐더러 보스 기질이 있어 따르는 후배가 많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완수 역시 나이가 많다. 75세다.


 북한에서 통전부장이 누가 임명되더라도 향후 남북 관계는 김정은이 직접 관장할 것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문제·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김정은이 말한 ‘누구와도’의 범위가 관심거리다. 김정은은 그 속에 박근혜 대통령도 포함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말로 정상회담을 언급한 만큼 같은 말을 또다시 반복하기 어렵다. 매달리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와도’라는 말을 통해 정상회담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박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 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양측 정상들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연결시켜 줄 ‘남북의 키신저’가 없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언급했을 때보다 강도가 낮아진 데다 김양건 같은 메신저마저 없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고수석 중앙일보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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