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대 롤렉스 선물일까 뇌물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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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민영진(57) 전 KT&G 사장이 중동의 담배 유통상으로부터 명품 시계를 받을 때 이 회사 임직원들도 고가의 시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임직원들이 받은 시계를 일단 압수했지만 불법적인 수수로 보기는 어려워 처리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KT&G 임직원 5명 중동인에게 받아
검찰, 불법 수수 아니라 처분 고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KT&G 비리를 수사하며 임직원 5명으로부터 롤렉스 시계 5개를 압수했다. 민 전 사장이 2010년 러시아에 갔을 때 함께 간 임직원들이 중동의 담배 유통상에게서 받은 것이다. 이 유통상은 민 전 사장에게 4000만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를 선물하면서 임직원들에게는 1000만원대의 롤렉스 시계를 줬다.

 문제는 시계의 처분이다. 검찰은 지난 18일 민 전 사장을 구속하며 시계를 받은 부분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에서 민 전 사장이 유죄 선고를 받으면 시계를 몰수해 국고로 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롤렉스 시계를 받은 임직원들은 입건되지 않았다. 민 전 사장처럼 배임수재를 적용하려면 금품수수와 함께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입증돼야 하는데 해당 임직원들은 직접 청탁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임직원들은 민 전 사장이 시계를 받는 것을 보고 불가피하게 받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롤렉스 시계를 임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부정과 연관돼 있지만 범죄 행위의 직접적 증거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2012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담배 유통업자로부터 파텍필립 시계를 받았을 때도 함께 간 직원 한 명이 롤렉스 시계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민 전 사장은 “그 직원에게 내가 받은 파텍필립은 돌려주고 롤렉스는 가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 직원은 롤렉스 시계를 1000여만원에 팔아 결혼 비용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달 5일 민 전 사장을 기소할 때까지 임직원들이 받은 시계의 처분 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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