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글로벌 IB 향한 베팅에 증시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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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대우증권 인수 확정에도 불구하고 미동 수준에 머물던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28일엔 크게 움직였다. 1만965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9.92% 올라 2만1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대우증권 인수전 입찰종료일 직전 거래일인 18일 이후 5거래일만에 20.39%나 올랐다.

이날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해 대우증권 인수 이후의 비전을 설명했다. ‘박현주’라는 브랜드의 건재함에 대한 확인과 그가 제시한 비전들에 대한 신뢰가 시장을 움직였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본입찰 전에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실제 대우증권 인수용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던 지난 9월10일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7.56%나 급락했다. 시장은 당초 대우증권 인수를 호재가 아닌 악재로 받아들였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4일 당일에도 주가가 200원(1.03%) 밖에 오르지 않았다. 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실제 ^2조4000억원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수대금, ^대우증권 노동조합의 반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시 추가 증자 필요성의 대두 등 미래에셋에 부담이 될 만한 난제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7년만에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 회장은 시종일관 거침없었다.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회장은 “인수가격은 2조4000억원보다 더 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1년여 전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고려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래에셋은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고, 대우증권은 투자은행(IB)쪽에 강점이 있다. 화학적 결합이 굉장히 잘 될 수 있고 대단히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상대”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우증권 노조가 우려하는 감원 가능성도 일축했다. 박 회장은 “통합 증권사의 자산규모로 보면 점포가 300개가 되도 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우증권이 뭘 잘못해서 매각된 게 아니기 때문에 (대우증권 직원에게) 기회를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함께 인수하는 산은자산운용을 한국의 대표적인 헤지펀드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금융업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향후 포부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국 금융에서 삼성과 같은 회사가 나오려면 안정된 자기자본 규모를 바탕으로, 패배주의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불가능한 꿈을 꿀 줄 알아야 하고 야성(野性)을 잃어버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노무라 증권과 같은 세계적 금융투자업체를 만들겠다는 궁극적 목표도 제시했다.
합병 법인의 이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선호하는데, 괜찮은지 대우증권 임원들에게 한번 물어보겠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의 역사성과 임직원들의 자긍심을 고려하면 ‘대우’라는 이름을 가져가는 게 좋은데 대우증권 임원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달리 고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3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연봉 공개를 안하려고 등재 안한게 아니라 자산운용사에 등재 되면 다른 것을 못하게 한 현행 법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내 연봉은 9억원”이라고 연봉을 깜짝 공개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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