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입시 스펙으로 변질된 고교생 소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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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A고는 1년 기한을 두고 학생들에게 소논문을 작성하게 한다. 하지만 이 학교 2학년 조모 군은 중간점검 날짜마다 급하게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짜깁기해 제출했다. 조군의 친구 이모 군은 소논문 여러 개를 작성한 친구에게서 하나를 돈으로 사기도 했다. 한편,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 군은 서울 송파구 소재의 한 논문 컨설팅 업체를 통해 경제학과 박사로부터 경제 소논문 작성 지도를 받기로 하고 300만원을 냈다.

A고교의 고등학생 소논문 프로그램은 기존 대학 석사 및 박사 과정에서만 쓰던 논문을 고등학생도 쓰면서 본인의 관심 분야나 진로에 대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모 군과 그 친구들의 사례에서 보듯,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실제로 소논문을 작성하는 학생들 10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소논문을 쓰는 동기로 ‘대학입시 스펙을 위해’(61%)라는 응답이  ‘관심 주제에 대한 탐구 목적’(27%)이나 ‘진로탐구 목적’(12%)의 항목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논문 제도는 2009년 용인외대부설고에서 도입한 이래, 수시 진학에 있어 필수 관문이 되었다. 자신의 진로와 관심 있는 학과에 관련된 주제로 스스로 탐구하고 논문을 작성한 것이 대학 입학사정관제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해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입시에 합격한 김현수(한영외고 3)양도 고교 재학중 논문을 3편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계기사 : 서울대 나란히 합격한 쌍둥이 자매의 학생부 관리 비결) 김양은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자연스레 독서를 하게 됐고, 그것이 서울대 심층 면접에서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논문 작성이 또 하나의 입시 필수 스펙이 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비교육적인 부작용에도 주의를 기울일 때다.

글=안논문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익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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