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테러범이 무슬림이라고 무슬림 싸잡아 비난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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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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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

지난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범인들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폭력을 비난하면서 이슬람 자체를 폭력적이라고 주장하는 소리도 들린다. 테러범이 무슬림(이슬람 신자)이라고 해서 무슬림 전체는 물론 이슬람이라는 종교까지 비판을 받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의 9·11 테러, 2004년 마드리드 테러, 2005년 런던 테러, 그리고 지난 1월 파리의 시사만평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도 오해와 편견이 깊어졌다. 이슬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오직 ‘테러’나 ‘무슬림 테러리스트’밖에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만일 한국 사람 몇 명이 이집트에서 현지 법을 어겼는데 이를 본 이집트 사람들이 ‘한국 사람은 규칙을 안 지키는 사람이다’며 싸잡아서 비난한다면 한국 반응은 어떨까?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단지 범인들과 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이나 차별을 받고 더 나아가 위협이나 협박까지 받는다면 분명 황당해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건 어릴 때부터 ‘어떤 사람이 실수했다고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이나 단체 구성원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테러범이 무슬림이라고 모든 무슬림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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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에선 남을 해치지 말고 구하라고 가르친다. 이슬람 헌법과도 같은 쿠란(꾸란이 아랍어 발음에 가깝다)과 순나(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를 보면 ‘종교나 민족과 상관없이 생명이란 매우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한 생명을 죽이면 전 세계 사람들을 죽인 것처럼 벌을 받고, 한 생명을 구하면 전 세계 생명을 구한 것처럼 보상을 받는다’는 가르침이 있다. 이슬람 세계에선 나와 싸우려는 사람에 대해서만 전쟁을 벌일 수 있다. 전쟁 때라도 노약자·어린이·여자를 숨지게 하는 일은 살인으로 간주한다. 사원이나 교회를 불 지르거나 훼손해서도 안 되며 예배나 기도 중인 사람을 해치는 일도 금기시된다. 항복한 사람을 죽이면 큰 죄가 된다.

 사실 이슬람이라는 단어 자체에 ‘평화’라는 뜻이 들어 있다. 무슬림 인사말 “앗쌀라무 알라이쿰”도 ‘당신에게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현재 무슬림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 많은 사람이 믿는 종교가 정말로 테러나 폭력을 추구한다면 지금 지구상에 몇 명이나 살아 있을까.

새미 라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