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국회의원 "첫 아이 태어나면 육아휴직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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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미야자키 겐스케 의원 [자민당 홈페이지 사진]

“지역 유권자들이 화내지 않을지, 육아 휴가 취득이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지만 앞장서려고 합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30대 남성 국회의원이 첫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직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국회에서 남성 의원의 ‘아빠 육아휴직’은 전례가 없다. 유명무실한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스스로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이지만 국회 사무국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인공은 교토(京都) 제3구의 중의원 의원인 미야자키 겐스케(宮崎謙介·34). 지난 2월 같은 자민당 소속 가네코 메구미(金子?美·37) 중의원 의원과 결혼한 부부 국회의원이다. 내년 2월 중순 첫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NHK는 22일 미야자키 의원이 부인의 출산에 즈음해 1~2개월 가량 육아 휴가를 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의원 규칙에 따르면 의원이 출산할 경우 스스로 기간을 정해서 회의에 결석할 수 있지만 육아 휴가의 규정은 별도로 없다. 이 때문에 미야자키 의원은 본회의가 열리는 날마다 중의원 의장에게 결석계를 제출하면서 휴가를 쓸 예정이다. 중의원 사무국은 “남성 의원이 육아를 위해 일정 기간 계속 국회를 결석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야자키는 “남성의 육아 참여가 진전되지 않는 현재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동료 자민당 의원들과 함께 다음달 연구회를 발족시켜 육아를 위해 일정 기간 국회를 결석할 수 있도록 중의원 규칙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1981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早稻田)대 상학(商學)부를 졸업한 미야자키 의원은 대기업 직원 등을 거쳐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재선에도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 상사의 눈치를 살피느라 유급 휴직을 포기한다. 실제 휴직하는 남성은 2%대에 불과하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9월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새롭게 활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첫 육아휴직 신청자가 나오면 해당 기업에 30만엔(약 290만원)을 지원한다. 남성 육아휴직에 관한 매뉴얼을 만드는 등 육아휴직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업체에도 3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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