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로봇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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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4 면

서울 장충동에 있는 타작마당은 아트센터?나비를 이끌고 있는 노소영 관장이 만든 일종의 아지트입니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이?공간은 인문과 예술과 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런수런 강의도 듣고?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지요. 16일?저녁 이 공간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습니다.?이름하여 ‘로봇 파티(Robot Party)’. 디지털아트를 전문으로 표방하는 아트센터 나비가?2013년부터 기획하고 만든 결과물을 비롯해 흥미로운 로봇 50여 점을 처음 공개하는?자리였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홍상화씨와 SK텔레콤이?만든 음성인식 대화형 곰인형 로봇 ‘동행’이는 인기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홍 작가가 “나?외로워”하고 말을 건네니 묵직한 저음으로?“음~이리와아”하고 대답하더군요. 음악을 틀어주자 비트에 맞춰 고개를 주억거렸고요.?노 관장은 “로봇은 금속재질로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인형으로 만들었더니 훨씬 정감이 있다”며 “중국인들을 위해 판다곰도 만들 생각”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박은찬 작가의 술 마시는 로봇 ‘드링키’도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들고 있는 잔에 소주를 따라주면 입에 털어넣고 기분 좋다며?두 뺨에 있는 빨간 불을 깜빡 깜빡 켭니다.?혼자 술 마시기가 싫어 대작해주는 로봇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하네요.?로봇의 역할이 점점 커지겠구나 하면서도 문득 쓸쓸해졌습니다. 로봇과 술 동무를 하는?세상,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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