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기자 무죄 판결에 아베 "한일관계 전향적 영향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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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데 대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무죄 판결을 평가한다”며 “한일 관계에 전향적인 영향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지방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가능한 한 빨리 양국이 이 문제를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외상도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을 한일 관계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한일 관계를 추진해나가는데 좋은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협의를 가속화하라는 양국 정상의 지시가 내려져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계속 논의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일 양국간 현안의 하나였던 가토 전 지국장을 둘러싼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양국은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하자 “매우 유감으로 사태를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하는 등 이 문제는 양국간 외교 현안으로 비화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3월 이 문제 등과 관련해 홈페이지의 한국 소개 내용에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이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된다. 한국 외교부가 이날 1심 선고 전 법무부에 “일본 측의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선처 요청을 참작해달라“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관계 개선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가토 전 지국장의 무죄 판결을 속보로 내보냈다. NHK와 주요 민방은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서울중앙지법 건물 옆에 대기 중인 기자를 생중계로 연결하기도 했다. 산케이 신문은 자사 홈페이지에 별도의 뉴스 창을 만들어 무죄 판결을 알렸으며 관련 기사 여러 건을 실었다. 산케이와 같은 계열인 후지TV와 요미우리 신문 계열인 니혼TV는 서울에서 열린 가토 전 지국장의 기자회견 일부를 생중계로 내보내기도 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무죄 판결에 대해 ”당연한 판결“이라며 한국 검찰에 항소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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