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대응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14일 중앙위가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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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탈당 선언을 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구기동 자택에 머물고 있었다. 몰려든 기자들이 “한 말씀 해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랑스 파리 테러사건을 계기로 파리를 상징하는 라틴어 표어인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를 적었다. 그러면서 도종환 의원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 수록된 ‘파도 한 가운데로 배를 몰고 들어가라’는 대목을 읽어보자고 했다. “태풍 프라피룬이 몰아쳤을 때 10시간 가까이 3톤짜리 목선 해두호를 파도 정면으로 몰아 결국 항구로 왔다”는 내용이었다. 측근들은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 대표는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친다. 주저앉을까요?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해 송구스럽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선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14~15일 당무를 쉬고 당과 정국 운영에 대해 구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표 측은 여론전에 나섰다. 구기동 자택에서 이뤄진 최재성 총무본부장 등 문 대표와의 1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고 두렵다. ‘탈당하겠다, 분당하겠다’고 말할 때가 겁나는 거지 실제로 칼을 꺼내든 지금은 오히려 두려울 게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이 꺼낸 칼이 보검(寶劍)인지 식칼인지, 그냥 연필 깎는 칼인지는 2~3일이면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이 혁신을 내세우지만 따라간다는 의원들은 하나같이 가장 반혁신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당권을 쥔 문 대표 측으로선 14일 중앙위원회가 분수령이다. 이날 중앙위에는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과 관련해 당헌에 담는 일을 최고위에 일임하는 안건이 의결된다. 문 대표측은 “‘안철수’라는 이름이 빠지겠지만 안 의원이 제안한 모든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현직 의원과 원외위원장, 당 소속 단체장 등으로 구성되는 중앙위는 주류가 다수다. 문 대표측은 “대부분의 중앙위원들은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위에서 혁신을 가장한 반혁신 세력의 규모도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의 숙제는 남은 세력들을 하나로 끌어안을 수 있을지 여부다. 안 의원 탈당을 찻잔 속 태풍으로 막을지, 제1야당을 집어삼킬 토네이도로 만들지가 그의 손에 달렸다.

당내 ‘86그룹’인 우상호 의원은 “선거에선 수도권 민심이 다시 호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 대표의 위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친노에 대한 공천 독점만 막았으면 될 일을 문 대표를 죽이려다가 자신이 사지(死地)로 내몰린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도 분당을 막지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범 주류인 정세균 의원은 “서로 소통을 안 하고 공중전만 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그렇다고 언제까지 안 의원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과거는 과거로 돌리고 대오를 정비해 선거를 치를지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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