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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언론·교육까지 확대는 차별” VS “촌지 국민 인식 바꾸려면 규제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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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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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10일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 법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공직자는 물론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및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토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민간 영역인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까지 공직자 수준에서 처벌한다는 점 때문에 언론의 자유, 교육의 자주성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일었다.

위헌 여부 공개변론 4시간 격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대한변호사협회 측과 법안을 발의한 국민권익위원회 측이 각기 변호사들을 내세워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직접 법정에 선 하창우 대한변협회장은 “공공성 강한 금융·의료·법률 등은 제외하고 유독 언론과 교육만 문제 삼는 건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이 법에 열거된 부정청탁의 유형을 언론인에 적용할 수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언론인에 대한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이에 국민권익위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KCL의 안영률 변호사는 “네이버 국어사전에 ‘촌지’는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고 풀이된다”며 “이런 국민 인식을 바꾸려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위헌 측 법무법인 담소의 김현성 변호사는 “이 법을 잣대로 하면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의 가족이 교사에게 ‘급식비 지급 대상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할 경우에도 처벌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9명 헌법재판관들은 대체로 부정부패 근절이라는 입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민간 영역 규제에 대해선 우려 섞인 질문을 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합헌 측 주장에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단속까지 하 면 과도한 국가 감시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KCL의 안 변호사는 “‘경찰국가’로 회귀하자는 게 아니다”며 “연고와 온정주의로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현실에 비춰 볼 때 민간 부문도 법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답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대가성 입증 없이 처벌하는 건 과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선 KCL의 이재환 변호사가 “아무런 대가성 없이 한번에 100만원을 주긴 어렵다. 직무관련성은 잠재적으로 숨어 있다고 봐야 하며 법원 재판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다”고 했다. 김영란법은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헌재는 공개변론을 참고해 법 시행 이전에 위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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