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개혁 1년 시장경제 실험중] 강일천 연구기획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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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북한의 경제개혁은 사회주의 시장이 없어진 조건에서 자본주의권과 경제교류하기 위한 내부조치로 봅니다."

25일 고려대 북한학연구소 초청으로 처음 서울에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산하 재일본 조선사회과학자협회 강일천(姜日天.48.사진) 연구기획부장은 북한의 '7.1 조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조총련 산하 조선대학교 교수 출신인 그는 북한을 15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북한 경제 전문가.

"북한 노동자들의 생산의욕이 높아지고, 시장기능이 도입된 것은 7.1 조치의 성과라고 봅니다."

그는 지난 1년간 북의 경제개혁을 '대담한 시책'이라고 분석하며 계획경제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기능을 적극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대세로 잡아가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 북은 '고난의 행군'을 했습니다. 그때 일감이 없어도 공장을 지키면서 묵묵히 일을 했던 사람들이 현재 기업소.공장의 직장장이나 지배인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일꾼들이 지난 1년간 시행된 경제개혁의 추동력이 된 겁니다."

그는 북한 경제를 드러난 통계수치만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쪽 학자들이 북한의 경제개혁의 실상에 대한 접근 없이 너무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요. 지난 2~3년간 북한은 공장과 기업소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공장을 정리했어요. 또 김책제철소.나남탄광연합기업소 등 주요한 기업소들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남쪽의 일부 언론이 북한의 공장가동률이 30%를 밑돈다고 보도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북한 경제개혁의 전망에 대해 그는 "높아진 생활비에 맞는 소비물자 확보, 전력과 원료의 보장, 대외경제교류 확대 등의 문제를 북한 당국이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역시 대외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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