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체제의 과제와 향후 정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나라당이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최병렬 신임대표가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당 개혁 드라이브를 걸게 확실한 까닭이다. 여야관계를 비롯한 정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야당의 변신은 정국의 기류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신임 崔대표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사안은 내년 총선이다.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겨야 국정 주도권을 잡을수 있고 4년뒤의 집권도 쉬워진다. 때문에 崔대표 스스로 "총선에서 지면 정계를 떠나겠다"고 공약까지 했었다.

이와관련, 총선 승리와 획기적인 당 개혁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崔대표는 역설해 왔다. "당 개혁이 이뤄져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그는 지난달 첫 정견발표회에선 총선 승리를 위한 4가지 개혁 방향이 제시했다. ▶'낡은 정당' 이미지 청산 ▶지역구도 타파 ▶ 반대만 일삼는 '안티(Anti) 관행 폐기 ▶ 권위주의 탈피가 그것이다. 특히 낡은 정당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그는 "젊은 인재를 과감히 영입하겠다"고 천명해왔다.

문제는 현 지구당 위원장들의 반발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다. 특히 공천이 지구당 당원들의 의사가 대폭 반영되는 상향식이어서 물갈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 대표가 하향식 방법으로 대폭적인 인적청산을 시도할 경우 심각한 당내 진통이 불가피할게 분명하다. 한 핵심당직자는 "崔대표가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느냐가 당 개혁 성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崔대표는 '디지털 정당화'와 정치 정당 아닌 '정책 정당'을 모토로 당 개혁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적잖은 당 구조 개혁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그의 등장으로 당내 진보성향 의원들의 탈당이 빨라질 거라는 관측이 많다. 신당 창당을 축으로 한 정계의 지각변동도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국은 더 팽팽해질 가능성이 크다. 보혁구도가 확연해지면서 여야간 공방의 수위도 한결 높아지게 됐다. 崔대표 자신도 "강력한 야당을 만들어 정권의 실정(失政)에 확실한 제동을 걸겠다"고 누누히 역설해 왔다. 심지어 그는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중도하차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일 출마선언에서 "노무현 정권이 국가 위기를 방치하면 재신임을 묻는 상황이 올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반대만 일삼는 안티정당은 하지 않겠다"고도 공언해 일단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탐색이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 개헌 등 지금은 잠복중인 거대 담론(談論)도 그의 등장으로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내각제 움직임이 빠르게 가시화될 가능성도 적잖다는게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비록 "아직은 이르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崔대표도 자신이 내각제 옹호론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회창 전총재의 복귀 문제도 관심사다. 부산 유세 때 崔대표는 "삼고초려(三顧草廬) 해서라도 李전총재를 데려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경선후에도 崔대표측은 "총선에서 반노 세력 결집을 위해선 李전총재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