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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제국의 위안부』기소 비판, 할머니 고통 모르는 것"

중앙일보

입력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 나눔의 집은 3일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기소한 것은 박 교수의 ‘부정확한 의견’ 때문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왜곡된 표현’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눔의 집 측은 이날 입장 설명 자료를 내고 “이번 박 교수에 대한 기소에 대해 학문적 잣대를 갖고 반대하는 것은 할머니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것”이라며 이처럼 강조했다.

박 교수가 쓴 학술서적『제국의 위안부』는 관련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를 분석했다.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피해 할머니들은 박 교수가 책에 ‘일본인·조선인·대만인 ‘위안부’의 경우 ‘노예’적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위안부란 근본적으로 매춘의 틀 안에 있던 여성들’,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 등의 표현을 써 모욕당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박 교수를 기소했다.

이에 박 교수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 책이 위안부 할머니를 비판하거나 폄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곧이어 학계·문학계·문화계·언론계·법조계 인사 등 192명이 서명한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이 발표됐다. 이들은 “검찰 기소가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무방하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나눔의 집이 다음날 곧바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나눔의 집 측은 “할머니들은 박 교수가 피력하는 의견이나 역사관에 동의는 하지 않더라도 이를 문제삼지는 않는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박 교수의 의견이 틀리다고 이를 문제삼아 형사고소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박 교수의 책이 피해자 할머니들이 겪었던 위안부의 삶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거나 심하게 왜곡해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되는 고통을 당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식인 성명서에서 한국 검찰과 박유하라는 두 주체를 중심으로 이분법적 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완전히 간과한 것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과연 박 교수가 사실과 다른 표현을 해서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느냐 여부”라면서다.

그리고 “이번에 박 교수를 고소한 피해 할머니들은 ‘자발적 매춘’을 한 사실이 없다. 그리고 ‘일본군과 동지가 되어 일본의 승전을 위해 싸운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안부 생활을 견딘 것이 아니다. 죽지 못해 견뎠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도둑질을 하지 않은 사람을 도둑이라고 규정짓는 책이 발간된 경우 피해자가 이를 참아야만 하고, 이는 학문의 자유를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어떻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이는 더 이상 학문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표현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나눔의 집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형사 조정 절차를 수차례 거쳤다. 할머니들은 박 교수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자발적 매춘’ 등 왜곡된 표현을 한국에서도 제3국에서도 사용하지 말라는 두가지 요구를 하며 이를 수용하면 모든 법적 조치를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박 교수는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검찰이 박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은 박 교수의 연구결과 자체에 대해 공소권을 행사한 게 아니라 책 중 일부 표현이 할머니들의 경험을 왜곡했고 이런 행위가 할머니들을 고통스럽게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지식인 성명은 피해 할머니들이 어떤 표현에 분노하고 고통받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단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나눔의 집은 “『제국의 위안부』에서 제시된 견해의 부적절함에 대한 논의는 학문의 영역에 속하지만,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 것처럼 표현해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준 부분, 그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상응하는 (법적)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향후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건강한 토론의 장은 늘 열려 있어야 하고 학문의 자유 역시 완벽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문의 자유를 빙자해 사실과 다른 표현으로 할머니들에게 계속 고통을 주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 이번 형사사건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갖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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