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代째 백두산 부대 한솥밥… "다시 태어나도 21사단 갈 것"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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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백두산 가족'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고 싶어요."

[피플] 병무청 '별난병역 우리家 최고야' 공모전 대상 심진섭 가족

병무청이 선정하는 '2015 병역 우리가 최고야! 별난 병역이행 가족' 대상을 수상한 심진섭(24)씨 가족은 '백두산 부대'로 불리는 21사단에서 4대가 복무한 이색 사연을 지녔다. 심씨는 "아버지가 본인의 군 생활을 늘 자랑스러워하셨다"며 "아버지의 명예를 이어 백두산 부대에서 복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의 사연은 진섭씨 증조부의 동생으로부터 시작된다. 고(故) 심의현씨는 6.25전쟁 당시 21사단에 입대해 도솔산 전투에서 전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으며 전역했다. 할아버지인 고 심규택씨도 21사단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다. 현재 백두산전우회 봉사단 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아버지 심상배(55)씨가 21사단 GOP 대대원이 되면서 심씨 가족과 21사단의 인연은 '필연'이 됐다.

심씨는 "여기까지는 우연일 수 있지만, 형과 나는 '직계가족 복무부대 지원병'으로 자원입대했다"며 "입대한 후에야 숙증조부와 조부가 한 사단에서 복무한 것을 알게 됐고 온 가족이 '백두산 부대'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뿌듯해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진섭씨와 형 인섭(26)씨는 2009년과 2010년 차례로 21사단에 입대했다. 같은 분대, 같은 내무반에서 복무하게 된 형제는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며 특별한 군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심씨는 "형이 선임이니 군 생활이 편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군대 안에서는 단둘이 있을 때도 '심인섭 상병님'으로 부르며 깍듯하게 존대했다"며 "형도 다른 후임들을 똑같이 대했지만, 함께 복무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됐다"고 군 시절을 떠올렸다.

자대 배치 후 첫 1박 2일 야외훈련인 2010년 7월 사단 침투·국지도발 대비훈련. 섭씨 15도가 넘는 일교차 탓에 밤중에 덜덜 떨고 있던 그에게 말없이 야상을 건네준 형은 진섭씨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백두산 가족’의 인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촌동생 윤예민(23)씨는 21사단 통신병으로 복무를 마쳤다. 어머니 김현자(52)씨도 2010년 국군TV '엄마, 군대 가다' 방송을 통해 21사단에서 두 아들과 1박2일간 병영체험하며 '명예 백두인'으로 위촉됐다. 심씨는 "어머니, 형과 함께 야외에서 주먹밥을 먹고 사격훈련도 받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늘 어린 줄만 알았던 두 아들과 나란히 훈련을 받으니 감격스럽다'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한다.

심씨는 "훗날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같은 부대에 지원하라고 할 것"이라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스스로 우리 가족을 지키겠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나라를 지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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