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퇴직을 통보하고 안 나온 직원이 있었다. 후임도 못 구하고 인수인계가 전혀 되지 않아 업무에 차질이 컸다. 게다가 몸담고 있던 부서의 좋지 않았던 부분까지 인사팀에 노출시켜 관리 능력 차원에서 팀장에게 상당한 타격을 줬다.”(30대 대기업 대리)
“해야 할 일을 완벽히 처리해 놓은 것은 물론이고 인수인계를 위한 자세한 업무 지침서를 만들어 두고 퇴직한 분이 있었다. 자리도 깨끗하게 청소해 두고 나갔다. 심지어 컴퓨터 본체를 분리해 쿨러에 붙어 있는 먼지까지 털어내고 나가 모두 감탄했다.”(20대 중소기업 직원)
떠나는 직원은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 하고, 회사는 떠나는 직원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원만한 퇴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직원과 회사 간 상호 존중이다. 중앙SUNDAY가 취업컨설팅업체 잡코리아와 공동으로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응답자 2476명·온라인 설문)를 대상으로 한 ‘직장과의 이별-퇴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은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섭섭하거나 화난 적이 있다고 했다. 퇴사 과정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가장 컸다. 자신을 대하는 회사와 동료 직원들 태도가 바뀌는 것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다 과장으로 그만뒀던 30대 직장인은 “퇴직이 결정된 순간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해 무척 섭섭했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이직을 위해서’(53.9%)가 가장 많았다. 이어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일단 그만두고 싶어서’ ‘명예퇴직 등 회사의 퇴직 요구’순이다. 이직·학업을 결심하게 한 요인은 ‘낮은 연봉’(49.1%)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비전이 없어서’ ‘과중한 업무’ ‘상사·동료와의 갈등’ 때문으로 나타났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이유, 특히 불만을 말하는 것이 좋다(42.6%)는 의견이 ‘아니다’(38.7%)를 조금 앞섰다. 말해야 하는 이유로는 ‘회사와 동료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72.6%)이 가장 높았다.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회사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고’(45.5%), ‘내 평판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43.4%)이라고 응답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퇴사자는 ‘일방적인 통보 후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59.7%)이 1위를 차지했다. 이른바 잠수퇴사다. ‘퇴사 통보 후 근무 태도가 불성실한 직원’ ‘회사에 대해 험담하는 직원’이 뒤를 이었다. 회사가 퇴사시키는 경우에는 직원에게 충분한 보상(66.3%·중복응답), 충분한 기간을 둔 사전통보(63.9%)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만둔 직원에 대해 평판 조회가 왔을 때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어도 좋게 이야기해 준다’(62.6%)는 응답이 많았고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29.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경영컨설팅업체 PMI컨설팅 신현관 대표는 “다른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평판 조회에서 부정적인 답변이 오면 재취업이 쉽지 않으므로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한다. 또 제대로 된 회사라면 직원이 떠나는 이유를 파악해 문제점을 개선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