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파리기후총회, 녹색 미래의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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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
환경부 장관

“기후가 우리의 미래다”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번 세기 중반 섬나라 전체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우려되는 남태평양 소재 키리바시 공화국의 아노테 통 대통령이 8월 방한했을 때 지구촌에 호소한 절규다. 인류는 마지막 빙하기의 한복판이었던 6만 년을 전후해 출현한 이래로 산업화 시대가 시작될 때까지 4℃ 정도의 기온상승에 적응해왔다. 그 이후 지금까지 0.85℃ 더 상승한 데 이어 이번 세기 말까지는 3.7℃ 또 오른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내다봤다. 인류가 이제까지 적응해온 온난화 속도보다 250배 이상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한다니 지구생태계가 적응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IPCC는 인류사회가 지속하려면 산업화 이후 이번 세기말까지 2℃ 이내로 기온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더 내보낼 수 있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로 환산) 여력도 1조t정도라고 밝혔다. 이 한도를 지켜내기 위한 지구촌의 절박한 논의가 이달 말부터 2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부과해온 2005년부터 2020년까지의 교토의정서체제에 후속으로 세계 모든 국가에 사실상 의무감축을 부과하는 신기후체제에 관한 협정문 채택이 주의제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마저 중도에 등을 돌린데다 온실가스배출 주요국으로 등장한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이 적용 제척돼 전세계 배출량의 20%정도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토의정서체제로는 2℃ 억제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3년 제19차 총회에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의 채택을 위한 사전조치의 일환으로 각국으로 하여금 온실가스감축기여의향서(INDC)를 올해 총회 이전까지 UN에 제출토록 했다. 현재 178개국이 제출했다. 제출분을 기준으로 할 때 감축하고도 내보낼 온실가스량이 2030년까지 무려 7480억t에 달해 2100년까지 1조t 이내로 이를 억제하려면 가야할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파리총회 첫날인 11월 30일 한국, 미국 등 140개국 정상이 기조연설을 한다.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견해차가 큰 재원 등의 분야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이루어낸 좋은 사례로 국제사회에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기후정상회의 시 녹색기후기금(GCF)에 1억달러 기여를 공약함에 따라 기후변화협상 리더십을 확실히 할 수 있게 됐다. UN 기후변화 특사이자 아일랜드 대통령인 메리 로빈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해’라고 언급한 2015년의 황혼녘에 출범할 신기후체제는 한국에겐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기후체제에 선제로 응전하면 우리의 미래 세대가 현세대 못지않게 그들의 꿈과 끼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행복해질 수 있는 저탄소 녹색경제의 구현을 앞당길 수 있고 나아가 지속발전이 가능한 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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