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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엔 나무로 제동 … F1 차량은 카본 디스크 장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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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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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A to Z 브레이크

초기  '슈 브레이크'  손으로 작동
1900년대 ?밴드 브레이크? 사용
드럼이어 디스크 브레이크 개발
최근엔 자동 제어 시스템 등장

지난 1770년 프랑스에서 군사 기술자 니콜라스 죠제프 퀴뇨는 세계 최초의 증기기관 자동차를 개발했다. 사람이 나르기 무거운 포차를 손쉽게 끌고 가기 위해서다. 군 사령관을 포함해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시험 주행에 나선 퀴뇨의 기관차는 최고속도가 시속 3.6km에 불과할 정도로 느렸지만 차를 멈추지 못하고 벽과 충돌하고 말았다. 브레이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퀴뇨의 기관차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는 기록과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고라는 오명을 함께 세우게 됐다.

 아무리 느리게 가는 자동차도 브레이크가 없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브레이크 계통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지어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는 문제만 발견돼도 ‘리콜 조치’를 취한다. 차가 움직이는 이상 브레이크는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제1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마차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동물이 브레이크의 역할을 대신했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나서는 기계장치로 멈출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해졌다.

 최초의 브레이크는 나무를 사용했다. 1800년대에 사용했던 방식인데 당시엔 고무 타이어도 없던 시절이었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손잡이를 당기면 나무 조각이 나무 바퀴 등의 면 부분을 마찰시켜 속도를 줄였다. 이를 ‘슈 브레이크’(Shoe Brake)라고 부른다. 당시 자동차의 평균 속도가 시속 15km를 겨우 넘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로 특허를 받은 칼 벤츠의 자동차는 타이어를 사용한 현대적인 차량이었다. 때문에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가죽을 사용해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높였다.

 1900년대로 들어서면서 슈 브레이크 대신 ‘밴드 브레이크’(Band Brake)가 보편적으로 활용됐다. 이는 동력 축에 밴드를 설치한 방식이다. 밴드를 당기면 동력 축의 회전을 멈춰 속도를 줄였다. 지금은 자전거에 활용되고 있다. 당시 밴드 브레이크에 사용되는 재료는 금속이었고, 가죽이나 낙타의 털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어서 1899년엔 고트립 다임러가 브레이크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휠 안쪽에 드럼을 장착하고, 드럼 내부에 넓은 금속판을 배치하는 개념이었다. 금속 판이 바깥쪽으로 드럼을 밀면 마찰력이 발생하면서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지금도 일부 차량이 사용하는 ‘드럼 브레이크’(Drum Brake)다. 이 장치는 빌헬름 마이바흐가 구체화했고, 루이스 르노가 지금 같은 형태의 모습으로 발전시켰다.

 드럼 브레이크는 당시 매우 넓은 면적에서 제동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상당히 진보한 시스템이었다. 향후 유압 장치를 활용하면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번에 큰 제동력을 발휘해도 이후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제동 장치가 드럼 안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드럼 브레이크는 높은 열을 받으면 브레이크 오일에 기포가 발생하는 ‘기화 현상’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압력을 전달하지 못해 제동 성능이 저하되는 ‘베이퍼 록’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자 1902년엔 프레드릭 랜체스터가 ‘디스크 브레이크(Disk brake)’ 시스템을 고안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접시 모양의 디스크를 중심으로 양 측면의 패드가 바퀴를 압박해 속도를 낮춘다.

 디스크 브레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열 배출 효율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향후 유압식 브레이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1952년 밀레밀리아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재규어 C타입이다.

 현재엔 열 배출을 더욱 쉽게 하기 위해 2장의 디스크에 간격을 두는 ‘벤틸레이티드 디스크’(Ventilated disk)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튜닝용 제품은 디스크에 구멍을 뚫은 ‘타공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드럼 브레이크와 비교해 정비도 쉽고, 부품 교환을 통해 제동성능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패드에서 발생하는 분진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또 트럭과 버스 같은 무거운 차량에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F1 경주에서는 극한의 제동력을 발휘하기 위해 ‘카본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여기에 세라믹 소재를 섞어 작동 온도를 낮추고 양산 차량에 사용하기 적합하게 다듬은 브레이크가 바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혹은 ‘세라믹 브레이크’다. 현재 포르셰와 메르세데스-AMG, 아우디 RS 같은 고성능 차들이 쓰고 있다.

 미래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성능의 향상과 함께 똑똑한 기능도 갖출 걸로 보인다. 이미 전방의 주행 흐름에 맞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해주는 기능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나 사물·동물까지 인식해 위험을 감지한 뒤 스스로 멈추는 브레이크도 선보일 정도다. 주행 중 차선을 이탈하려 하면 한쪽 브레이크만 작동시켜 차량을 원래 위치로 복원시킬 수도 있다. 일부 스포츠카에서는 좌우 측 브레이크를 별도로 조작해 코너를 빨리 돌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그야말로 브레이크가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전적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작동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토뷰=김선웅, 강현영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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