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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손흥민 2골씩 … 슈틸리케호 ‘11월의 송년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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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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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2015년 A매치 최종전에서 맹활약했다. 기성용은 2골·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이 라오스전에서 전반 3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비엔티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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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0경기에서 단 1패. 승률 80%. 2015년 한국축구 A대표팀 성적표다.

한국 5 - 0 라오스
올해 A매치 16승3무1패 승률 80%
44골·4실점, 17경기 무실점 기록
“리더는 모범과 영감 동시에 줘야”
슈틸리케, 1년만에 승리DNA 심어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 랭킹 48위)은 17일 라오스 비엔티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G조 6차전(JTBC 중계)에서 라오스(176위)를 5-0으로 대파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전반 3분 페널티킥과 전반 33분 예리한 왼발 슈팅으로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고, 손흥민(23·토트넘)이 전반 35분과 후반 22분 2골을 몰아쳤다. 석현준(24·비토리아)이 전반 43분 한 골을 보탰다.

 한국은 2차예선에서 6전 전승(승점 18)으로 조 선두를 달렸다. 쿠웨이트(3승1무1패·승점10)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최종예선행을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 8개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2차예선에서는 각조 1위 8팀과 2위팀 중 상위 4팀 등 총 12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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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라오스 선수들이 경기 전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비엔티엔=뉴시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한국축구는 2015년 아시아 호랑이 위용을 되찾았다. 총 20경기에서 16승3무1패를 기록했다. 최근 13경기 연속 무패(10승3무)다. 승률 80%와 함께 1980년 이후 35년 만에 A매치 한해 최다승(16승)을 세웠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준우승,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이란 성과도 냈다.

 짠물 수비도 이어갔다. 총 44골을 넣고, 4골만 허용했다. 20경기 중 17경기가 무실점이다. 1970·75·78년 작성했던 연간 A매치 최다 무실점 경기(13경기) 기록을 4경기나 늘렸다. 17일 기준으로 경기당 실점률이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 209개국 중 루마니아에 이어 2위(0.2실점)다.

 일정상 주로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거둔 성과라서 평가절하 하는 시선도 있다. 당연히 앞으로 강팀과 맞붙으면서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의 소방수로 나선 슈틸리케 감독이 1년 만에 대표팀에 ‘이기는 DNA’를 이식한 건 분명하다. 한국축구는 과거 약팀을 만나 밀집수비에 고전한 적도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24일 서강대에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리더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한 애니메이션 광고를 보여줬다. 천적인 개미핥기가 입으로 개미 한 마리를 빨아들이자 대장 개미의 지휘 아래 개미들이 일사불란하게 동그랗게 뭉친다. 개미떼는 개미핥기의 입보다 훨씬 더 크게 뭉쳐 위기를 모면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리더는 모범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팀원들에게 영감을 줘야 한다. 팀원들은 공동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팀워크를 강조했다. 그는 ‘팀(TEAM)’이란 단어를 ‘Together Everyone Achieves More(함께 하면 더 큰 성취를 얻는다)’로 풀이했다.

 개미떼 정신으로 무장한 대표팀은 라오스전에도 ‘원 팀’으로 나섰다. 대표팀은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검정색 암밴드를 차고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도 검정색 옷을 입었다. 지난 9월 3일 2차예선 홈 2차전에서 라오스를 8-0으로 대파했지만 한국은 리턴매치에서 방심하지 않았다. 라오스가 앞선 2차예선 세 차례 홈 경기에서 3골 이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책상 위에서 경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스티브 라비 라오스 감독이 말할 만큼 잔디가 울퉁불퉁하고 딱딱했다. 공인구도 익숙하지 않은 태국 브랜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장 기성용을 중원에 전진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기성용은 전반 3분 만에 석현준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오른발로 성공시켰다. 전반 33분 이번에는 왼발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A매치 80경기에 출전한 기성용은 A매치 7·8호골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라오스와 홈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던 손흥민도 멀티골을 터뜨렸다. 전반 35분 기성용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다. 석현준이 전반 43분 이재성(23·전북)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후반 22분 이재성의 헤딩 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A매치 15, 16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올해 A매치 13경기에서 무려 9골을 터뜨렸다. 2015년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대표팀은 내년 3월 재소집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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