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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위장해 유럽 온 테러범…유럽은 공포에 떨어

중앙일보

입력

파리 테러로 인한 불안과 공포의 틈새로 ‘난민 증오’의 불씨가 번지고 있다. 이슬람국가(IS) 대원이나 테러범이 난민으로 위장한다면 유럽 전역이 테러위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마린 르펜이 이끄는 정당 국민전선은 14일(현지시간) "무분별한 난민포용 정책으로 전 국민이 테러의 가시권에 놓이게 됐다"며 “당장 국경을 통제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장난민에 대한 우려는 파리 테러 당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자폭한 아메드 알무함마드(25)에게서 시리아 여권이 발견되면서 촉발됐다. 프랑스 경찰은 여권과 지문 분석 결과 알무함마드가 시리아를 떠나 지난달 3일 위장 난민으로 그리스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에선 즉각 반(反)난민 정서가 번졌고 EU 차원의 난민 쿼터제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난민에 대한 공포와 의심은 난민 유입 차단에 이어 현재 유럽에 들어온 수십 만 명의 난민들에게도 큰 위기다. 당장 ‘잠재적 테러범’으로 낙인 찍힌 난민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지역 사회에서 소외되는 유럽판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위기에 봉착했다.

일각에선 파리 테러와 위장 난민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디언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전문가인 아론 젤린의 분석을 인용해 알무하메드 주변에서 발견된 여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다는 것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테러범이 여권을 소지할 이유가 없고, 4000 유로(약 500만원)만 있으면 시리아 여권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CBS는 15일(현지시간) 미국국방정보국을 인용해 “해당 여권에 합법적인 일련번호가 없고 여권상 이름과 증명사진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도해 여권 위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알무하메드 곁에서 발견된 여권은 IS가 의도적으로 난민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함정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파리 테러의 책임을 난민 유입 정책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IS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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