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사소취대(捨小取大)의 용병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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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1국
[제4보 (49~62)]
白.金 主 鎬 3단 | 黑.安 祚 永 7단

전보에서 설명한 대로 백△가 매우 좋은 수여서 흑의 安7단은 49로 고분고분 이을 수밖에 없다. 그 타이밍을 타고 金3단은 50으로 돌파해 나온다. 흑의 진용은 이로써 간단히 허물어졌다.

55로 막았을 때가 중요하다. 이때 백이 '참고도1'처럼 귀를 산다면 지금까지 백이 둔 호착들은 모두 헛수고가 된다.

흑2로 연결하는 순간 흑은 강해진다. 풍전등화의 흑▲ 두점도 강해지고 백△들은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돌의 강약은 이렇게 순간에 바뀐다. 지금은 실리를 버리고 대세를 추구할 때고 그걸 알고 있는 金3단은 즉각 56으로 차단했다.

57에 백이 A로 버티면 귀의 생사는 패가 되지만 지금은 그처럼 번거로운 수단이 필요없다.

귀를 버리고 58로 절단해 등 뒤를 두텁게 한 뒤 장차 중앙을 크게 도모하는 것이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사소취대의 전략에 합당하다. 오늘 김주호는 수읽기도 날카롭지만 진퇴가 분명해 마치 명장의 용병술을 보는 듯하다.

59로 따내 백 귀는 사망. 이 크기는 몇집일까. 백이 6집을 낼 수 있던 곳이 거꾸로 잡혀 그 크기는 도합 30집이다.

그러나 '참고도2'에서 보듯 고약한 뒷맛이 남아 있다. 가령 ◎의 곳에 백돌이 놓인다면 백1, 3의 수순으로 패에 얽힌 심각한 수상전이 벌어진다.

이런 뒷맛을 감안할 때 귀를 잃은 실제 손실은 20집 언저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백이 얻은 것은 어느 정도일까.

백은 현찰을 얻은 것은 아직 한푼도 없다. 그러나 백의 두터움은 하늘을 찌를 듯해 나는 새조차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 두터움이 좌변 쪽 백세와 호응해 무한한 잠재력을 품어내고 있다. 임선근9단은 "백의 대우세"라고 단언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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