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배지영 기자의 우리아이 건강다이어리] 불고기·찜 요리는 발암물질 거의 없어 … 주 3회 고기 먹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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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Q. 네 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햄·소시지는 1급, 붉은 고기는 2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햄·소시지는 매일 50g, 붉은 고기는 매일 100g섭취 시 대장암 위험이 각각 18%, 17%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더라고요. 그런데 현재 다니는 소아과 선생님은 매일 고기를 꼭 먹이라고 말하세요. 그렇다면 암 위험은 그만큼 올라가는 건가요?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고기는 반드시 먹여야 합니다. 붉은 고기는 단백질을 공급하는 가장 효율성 높은 식품입니다. 식물성 식품으로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지만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꼭 몇 개씩은 빠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붉은색 고기는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흡수율이 높은 철분(헴철)이 들어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철은 빈혈뿐 아니라 감염 예방과 인지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소아청소년학회에서 추천하는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몸무게 1㎏당 약 1.5g입니다. 즉, 10㎏인 아이는 15g 정도를 먹이면 됩니다. 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입니다. 단백질 종류와 상관없이 하루 손바닥 정도의 분량을 먹이되, 최소 주 3회는 붉은 고기(손바닥만 한 분량)로 먹여야 합니다. 생선으로는 주 1회 정도 섭취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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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서 지적한 고기의 발암물질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헤테로사이클릭아민·니트로사민입니다. 모두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죠. 이들이 지속적으로 몸에 들어오면 세포를 변이시켜 암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들 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노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상철(전 서울대의대 교수) 박사팀이 고기의 조리 방법에 따른 발암물질 생성을 살펴봤더니 숯불구이 》돌판구이 》철판구이 》불고기구이(육수가 있는 것) 》찜 》전자레인지 요리 순으로 발암물질이 생겼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육류에서는 발암물질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숯불구이는 고기의 온도를 150도 이상으로 올려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생성됐습니다. 돌판은 열을 크게 전도하지 않기 때문에 숯불구이보다 발암물질이 적었고, 철판은 고기 육수가 흘러나오면서 철판과 고기 사이에 막을 만들어 조리 온도가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찜이나 국 속의 고기나 전자레인지에 조리한 고기는 온도가 100도 안팎으로 올라 발암물질이 훨씬 적게 생성됐습니다. 불고기 또한 육수가 있어 조리 온도가 100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고기를 먹일 때 가급적이면 찜이나 국, 불고기 요리로 먹인다면 발암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브로콜리·양파·깻잎·김치 등은 발암물질의 세포 변이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들 재료를 고기와 함께 볶아도 좋습니다. 단, 좋은 조리법으로 만든 고기도 너무 많이 먹으면 발암 위험이 있으므로 섭취량을 꼭 조절해 주셔야 합니다. 가공육은 가급적이면 먹이지 않거나 되도록 노출 빈도를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가 꼭 먹고 싶어 한다면 돼지고기·양파·당근· 파·다진 마늘을 갈아 랩에 싸서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직접 소시지를 만들어 먹일 수 있습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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