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다발 무장테러…국제 네크워크 갖춘 IS 등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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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주간지 ‘샤를르 에브도’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그 대상과 이유가 명확했다. 잡지가 이슬람 종교와 창시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풍자만화를 자주 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리 테러는 대상과 목적이 불분명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특별히 목표로 삼을 이유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러 현장서 ‘알라는 위대하다’ 발언
테러 직후 IS 지지세력 축하 글 잇따라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도 IS소행 추정

파리 경찰청도 테러를 일으킨 세력과 정확한 정황은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경찰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나 공범이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설명한 뒤 배후는 지목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테러 용의자들 중 3명은 자폭사하고, 5명은 사살되면서 그들의 입을 통해 배후를 찾기도 어렵게 됐다. 스스로 테러를 인정한 단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테러 현장에서의 징후와 테러 발생 직후 나타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움직임을 통해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또는 지하디즘(성전)을 신봉하는 무장세력을 그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

우선 무장괴한들이 콘서트홀과 축구장 등에서 동시다발적 테러를 감행한 점은 그동안 발생한 자생적 테러와는 다른 조직적 테러라는 분석이다. 한양대 이희수 교수는 “이 정도 테러면 한두 개의 자생 그룹으로는 불가능하고 외부 조직의 개입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테러로 봐야 한다”며 “국제 네트워크가 개입된 테러”라고 말했다.

특히 파리에서 총격범이 프랑스의 시리아 군사 작전을 언급했다는 목격자 진술과, 100여 명이 사망한 콘서트홀에서 테러범들이 아랍어로 ‘알라후 악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는 진술이 알려지면서 배후 추정 세력이 좁혀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 테러 감시단체인 SITE가 지하디스트 연관 단체와 IS 추종자들이 트위터 등 SNS에 “파리가 불바다가 됐다”, “칼리프 국가가 프랑스를 공격했다”는 내용의 아랍어 해시태그(#)를 잇따라 걸고 있다고 밝혀 IS배후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친IS 매체인 ’알사무드‘와 ‘다비크 텔레그램’ 등도 자신들의 계정에 프랑스의 IS에 대한 군사작전을 비유하며 프랑스 내부에도 같은 보복을 하겠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 온라인판은 “트위터에서 아랍어로 ’파리가 불타고 있다‘는 뜻의 해시태그가 쓰이고 있으며 이는 IS 지지자들이 직접 고른 표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는 현재 프랑스인 500여 명이 IS 등에 전사로 가담해 활동 중이며, 이미 250명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IS가 프랑스로 테러리스트를 파견했거나 아니면 프랑스 현지에서 모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분석했다.

한국외대 서정민 교수 역시 “현재로서는 IS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 IS와 연계한 자생적 테러 조직이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자생 테러세력이 대규모 테러를 감행한 적은 없었다”며 IS가 직접 테러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서 교수는 이어 “IS에 가담해 있는 프랑스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르기 때문에 내부 인맥을 이용해서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프랑스에 거점을 가지고 있다면 (동시 다발 테러)참여자들이 자국 인맥을 갖고 정보수집이나 계획을 충분히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전문가들 역시 IS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제임스 울시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를 공동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정부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에 IS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 같은 공격은 지난달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가 IS 또는 그 연계세력의 폭탄 테러 가능성이 커지면서 IS의 유럽을 향한 전방위 테러 가능성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 내 IS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군사대응이 거세지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로 보복에 나섰다는 것이다.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IS의 폭탄 공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S는 사고 직후 여객기 추락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여객기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내 IS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해 왔다.

지난 1월 테러 때와 같이 IS 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프랑스인일 가능성도 있다. 당시 범인 3명 중 한 명은 IS에 충성맹세를 했지만 직접 접촉은 없었으며 나머지 두 명은 예멘의 알카에다와 느슨하게 연계된 형제였다. IS에 밀려난 알카에다는 과거의 영향력 회복을 노리고 있어 이번 파리 테러에 개입했을 수도 있다.

이들 무장세력과는 관계없는 ‘외로운 늑대’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프랑스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젊은 무슬림들이 많다. 이들 중 일부가 조직해 소기의 목적을 밝히지 않고 무차별 살육을 자행했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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