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세탁' 김영완은] 전직 무기상…행적 베일에 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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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1백50억원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돈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의 행적은 거의 드러난 게 없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서울 강남구의 회사(맥스디앤아이) 사무실로 출근하던 金씨는 지난 3월 특검법 통과 이후 미국으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金씨는 1985년 이후 한국여권으로 출국한 기록이 없다. 하지만 金씨 회사 직원들은 "그가 미국 시민권자여서 미국여권을 이용해 수시로 외국을 드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J고와 K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金씨는 1980, 90년대 무기중개업체인 삼진통상을 운영했다.

국방부의 무기조달 프로젝트인 율곡사업 비리와 관련, 93년에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金씨는 95년 무기거래사업을 정리하고 부동산개발업체인 현재 회사를 설립, 경영에 관여하면서 게임개발업체와 금융컨설팅 등 벤처기업에 거액을 투자했다.

사업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의 행적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가 투자한 한 벤처업체 사장 金모씨는 "창투사 등을 통해 선이 닿아 투자를 받았지만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으며 사업상 필요할 때는 항상 측근을 통했다"면서 "최근 신문을 보고서야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金씨는 정계와 재계, 언론계의 유력인사들과도 깊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맥스디앤아이의 대표이사 吳모씨는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金씨는 또 98년 언론인 출신 전직 장관의 소개로 박지원씨를 소개받아 친분을 쌓아왔다.

재계에선 정몽헌.이익치씨 등 현대 쪽 인사들과 친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상 金씨를 알고 있다는 한 사업가는 "金씨는 주식 투자에도 수완을 발휘해 큰 재산을 모았으며 재계의 유력인사가 그의 돈줄로 소문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사생활은 더욱 의문에 싸여 있다. 80년대 중반 결혼해 아들.딸을 한 명씩 두고 있으며 종로구 평창동에 저택을 가지고 있다. 가족마다 운전기사가 딸려 있고 사설 경호원이 고등학생인 딸을 24시간 보호했다고 한다. 운전기사들에게는 이웃 주민과 농담도 나누지 못하게 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金씨의 한 대학동창은 "사업을 크게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으며 최근 5~6년 사적인 모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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