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용카드 위조해 수십억 사용한 말레이시아 일당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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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조한 해외 신용카드를 국내로 들여와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수십억원대 금액을 사용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말레이시아에서 국내로 입국한 뒤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1일까지 위조 신용카드 43매로 12억5000만원을 사용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및 형법)로 말레이시아인 이모(39·여)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현재 국내 체류 중인 또 다른 말레이시아인 렉모(37)씨는 수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약 4000만원에 달하는 스위스 명품 위블로(Hublot)사의 시계를 구입하는 등 197회에 걸쳐 구찌·프라다·루이비통 같은 고가 명품 브랜드의 지갑·가방·시계 등을 집중적으로 구매해 해외로 빼돌리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말레이시아 현지 총책으로부터 "한국에서 고가 명품을 사 오면 구입 대금의 5~1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고가의 명품을 위조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50만원 이상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신원확인 절차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2월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거래 시 서명비교나 비밀번호 입력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50만원 이상 거래 대상자에 대한 신분 확인 의무를 폐지한 바 있다.

이씨 등은 각자 따로 입국한 뒤 특급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도 다른 숙소에 숙박하는 방법으로 경찰 수사를 피해왔다고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정용희 국제범죄수사대 팀장(경위)은 "신용카드 고액 사용자에 대한 신분 확인 제도 유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인터폴 공조수사를 통해 말레이시아 현지 총책에 관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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