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실업교육 진학에 매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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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 고교 실업교육이 대학 진학 교육 위주로 바뀌고 있다.

졸업 후 취업 보다는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훨씬 많아지자 이들의 요구에 맞춰가는 쪽으로 시책이 변해가는 것이다. 올해 부산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약 64%로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고교 실업교육의 틀이 무너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8일 교육청에서 '실업계 고교생의 2004학년도 대학진학을 위한 학부모 연수회'를 가졌다.

연수회에는 학부모 4백여 명과 3학년 부장교사 46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기섭 부산상고 교무부장 등이 나와 올 대학입시 특징과 대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설동근 교육감은 인사말에서 "실업계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실업계 고교에서도 진학지도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 됐다"며 "대입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해 연수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선 학교도 진학위주로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 부산상고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대학진학을 위한 방송교육을 한다.

또 수업이 끝난 뒤에는 오후 6시까지 입시를 위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실업계 고교의 진학 위주 교육에 대해 고교에서 가능한 직업 교육을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서 또 다시 배운다는 것은 엄청난 국력과 교육력 낭비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한독경영정보여고 정순택 교장은 "10년 후에 어느 분야에 몇명의 인력이 필요한지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통계를 미리 내놓고 이에 맞춰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고교 실업교육이 살려면 호텔 서비스.요리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교육을 고교에서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을 이수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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