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진주 삼현여고에 포옹구역이 설치됐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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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구역-이 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학생, 교사 누구나 포옹을 나눠야 한다.

지난 10월 5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삼현여고는 사랑 나눔을 위한 인사캠페인을 개최했다. 교내에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1층 동편 현관입구와 2층 교무실 복도에 인사구역과 포옹구역을 지정해 그 곳에서 마주치는 학생, 또는 선생님이 인사와 포옹을 나누도록 한 것이다.

학생 아이디어로 3일간 열린 인사·포옹 캠페인
허그존에서 좋아하는 남선생님 기다리기도

각 구역에 표시된 선을 확인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곧 어깨동무를 하거나 공수인사를 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러 지정된 구역으로 지나가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해당 구역에서 모르는 선후배를 만나면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좋아하는 남자선생님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이번 캠페인에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다. 삼현여고의 2학년 모 학생은 포옹구역에서 마주친 교장선생님께서 선뜻 안아 주셔서 부끄럽고 수줍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3일간 진행된 캠페인은 삼현여고 학생부의 총무부 차장인 2학년 3반 홍채은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어떻게 이런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캠페인 기획 계기는 무엇인가요?

“언젠가 방송에서 데면데면한 동네 사람들을 보고, 마을 이장님이 마을사람이 많이 지나는 길목에 의무적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 구역을 만들었더니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어요. 저도 그런 활동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친근한 사이가 되었으면 해서 추진했습니다.”

-캠페인의 취지 및 목적은 무엇인가요?

“같은 학년끼리는 대부분 아는 사이이거나 친한 사이인데, 다른 학년의 학생과는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교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인사 캠페인을 통해 다른 학년의 학생들과 인사와 포옹을 나누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시험이 끝나자마자,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학생회 임원들과 모여 많이 고민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 반 투표를 통해 학생들이 많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목을 선정한 결과 전산실 앞 복도와 1층 서편 현관이 선정됐습니다.”

-선생님들도 도와주셨나요?

“캠페인을 위한 비용이 필요해 학생회를 관리해주시는 이진호 선생님께 찾아가 여쭸는데, 적은 돈이니 직접 부담하겠다며 쾌척해주셨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이진호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지원 받은 돈으로 시트지를 구입해 아침 일찍 등교해 부회장 김민정 학생과 함께 지정된 두 곳에 표시구역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도움이 있어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 장소를 지나는 대부분의 학생이 아는 친구와 인사할 뿐, 모르는 친구와는 인사하지 않고 지나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역시 관리하는 사람이 옆에 없으니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반면, 이 캠페인을 반기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바로 젊은 남선생님을 좋아하는 학생들인데요. 일부러 그 앞에서 기다리거나 그 선생님이 지나갈 때면 부끄러워서 뛰어가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기획하길 잘 했다고 생각돼 뿌듯했습니다. 또한 선생님들도 지정 장소를 지나갈 때는 포옹 또는 인사를 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이 캠페인의 취지는 정말 좋고 기발했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바빠서 또는 부끄러워서,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포옹(또는 인사)구역에서 제대로 하지 않았거든요. 다음에도 이 캠페인을 할 수 있다면, 그 구역을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저나 학생회 친구들이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런 캠페인을 기획한 홍채은 학생의 꿈이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할 수 있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 언어를 다루는 걸 좋아하니 여행사나 공항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다른 사람들도 도우며 보람 있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캠페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학생에겐 즐거운 추억, 어떤 학생에겐 귀찮은 일, 또 인사캠페인? 그게 뭐지? 언제 했는데? 하면서 아예 무관심한 학생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소소한 추억 거리를 선물하고 싶은 제 마음을 알아 주셨세요. 저는 삼현여고 학생회 총무부 차장으로서 비록 큰 자리는 아니지만 저희 학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캠페인에 관심 갖고 함께 웃어준 학생과 선생님들 정말 감사드리고, 별 것도 아닌 저를 인터뷰해주신 기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교내의 작지만 기발한 캠페인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캠페인들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삼현여고 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다양한 캠페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최지우(삼현여고 1)·박정민(경해여고 1)·서혜원(경상사대부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신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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