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의 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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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4 면

“한·중·일 3국이 2000년을 함께 해온 문화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젓가락입니다. 젓가락은 하나로는 쓸모가 없어요. 두 개가 짝을 이뤄야 음식을 집어 먹을 수 있습니다. 조화의 문화죠. 또 음식과 인간의 인터페이스고, 가락을 맞추는 생명의 리듬이기도 합니다. 젓가락이 하드웨어라면 젓가락질은 소프트웨어인데, 이건 부모로부터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제대로 젓가락질을 하는 우리 어린이가 25% 밖에 안된다고 하잖아요.”


이어령(82)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이 ‘젓가락 문화론’을 펼쳤을 때, 그 기발한 접근에 내심 탄복했습니다. 더욱 놀란 것은 그를 명예조직위원장으로 하는 2015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주최로 ‘젓가락 국제 페스티벌’이 처음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11월 1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청주 예술의전당과 백제유물전시관 등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한중일 젓가락 전문가와 뇌과학자, 예술가, 교수 들이 참가해 학술대회,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고 하네요.


특히 청주시가 ‘젓가락의 날’로 제정한 11월 11일 오전 11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는데, 곡물을 가장 많이 옮기는 ‘젓가락 신동’을 뽑는 코너를 비롯해 젓가락장단 콘서트, 묘 기 대행진 등이 펼쳐진다고 하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 나라가 정치·외교·군사 분야에서 각기 첨예한 요즘, 사소해보이는 젓가락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낼 지 궁금해집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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