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검연장 거부] 화난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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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나라당은 분노로 들끓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막가자는 것" "반의회적 망동""혹세무민""대통령이 법질서를 파괴했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정권의 장래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이란 말까지 쏟아냈다.

박희태(朴熺太)대표가 앞장섰다. 朴대표는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다 盧대통령의 거부 사실을 전해 듣곤 "盧대통령에게 하나의 업적이 있다면 바로 특검제(수용)인데 이마저 허물어뜨린다면 그가 갈 길은 독선.독재와 반민주의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모든 수단과 능력을 다해 처절한 투쟁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盧대통령은 법률가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후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긴급의원총회에서 비판 발언이 봇물을 이뤘다.

▶김영일(金榮馹)총장=정치적 목적 때문에 특검을 방해한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국민의 대통령이길 포기한 것이다. 사안마다 다른 판단을 한다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결국 그 혹세무민 때문에 자멸하고 말 것이다.

▶이규택(李揆澤)총무=청와대가 특검을 불러 조찬한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

▶엄호성(嚴虎聲)의원=盧대통령이 거부한 명분으로 남북관계 훼손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호남 지지층의 이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안택수(安澤秀)=불과 두달 전에 특검을 받아들이고 진짜 광맥이 드러나자 중단시키겠다니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해야 한다.

▶이해구(李海龜)대북송금진상특위원장=DJ와 비자금 1백50억원에 대한 수사를 막자는 것이다. 盧대통령도 DJ처럼 비정상적인 대북관계를 가져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구상찬(具相燦)부대변인은 "무엇이 두려워 여권이 일제히 입을 맞췄느냐"고 비꼬았다.

특위는 이르면 24일 중 기존 특검 수사 대상에 비자금과 현대그룹에 대한 34조원 대출 지원 의혹까지 추가하는 새로운 특검법을 제출키로 했다. 또한 지구당을 통해 국민에게 적극 호소키로 했다. 한 당직자는 "26일 전당대회 뒤 들어설 새 지도부가 내부 정비를 위해 더 강한 대여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투쟁 수단은 신중하게 고를 것 같다.

이주영(李柱榮)제1정조위원장은 "장외투쟁이나 예산.법률안과의 연계투쟁은 경제난 등 어려운 시국 상황상 신중하게 생각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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