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선데이]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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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빈곤층의 소득격차는 얼마나 될까. 입이 떡 벌어질 통계가 있다. 2013년 우리나라 현실이다. 상위 1%가구의 연 평균소득은 3억936만원(월 2578만원)인 반면 하위 1%는 연 135만원(월 11만원). 하위 1% 가구가 평생 30년을 일한다 가정하면, 여덟 번의 생애소득을 다 합해야 상위 1% 가구의 1년 소득을 벌 수 있다. 범위를 넓혀 상·하위 10% 집단을 비교해도 격차는 27.7배로 한 해 전 26.8배보다 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아 지난 국감 때 공개한 자료인데 우리 사회 빈부격차 확대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득불평등은 국제사회 공통의 고민이다. 국제 자선단체 옥스팜(Oxfam)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가장 가난한 35억명보다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인구 중 하위 50%가 가진 재산은 전 세계 부의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상위 10%는 전 세계 부의 86%, 상위 1%는 46%를 갖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본주의가 부의 분배에서 크게 실패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다. 이윤 극대화,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데 최적인 자본주의가 공평한 분배까지 보장하지는 않는 탓이다.

자본주의는 중산층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분배 위기가 구매력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토마 피케티의 경고는 섬뜩하다. 그는 1914~73년만 해도 성장률이 자본수익률을 초과해 노동자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실증했다. 그러면서 "중산층이 확대되는 이 특별한 역사적 기간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경고한다. 73년 이후 자본수익률이 성장 속도를 뛰어넘으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수익을 위해 어떤 일도 마다 않는 소위 '카우보이 자본주의'에서는 GDP 증가가 더 이상 빈곤층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근로자의 임금이 낮게 유지되는 것은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들의 구매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자본소득도 담보되지 않는다. 기업과 기업인들이 '지속가능 경영' 만큼이나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자본주의의 타고난 단점은 축복을 평등하게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고, 사회주의의 타고난 장점은 비참함을 모두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가 그나마 사회주의보다는 낫다면서 한 말이다. 그렇다 해도 보다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절실하다. '카우보이 자본주의'에 종지부를 찍어야 인도적 자본주의, 포용적 자본주의를 만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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