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할인, 자동차 경품 … 2만3000명 은행 갈아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40대 회사원 박모씨는 30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 있는 KEB하나은행을 방문했다. 박씨는 급여이체 통장으로 이 은행 계좌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이체는 다른 은행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창구 직원에게 “기존의 자동이체 항목을 이 은행 계좌로 옮길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어떤 게 있느냐”고 물었다. “예전에 받았던 대출이자(연 3.5%)를 낮출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통신비를 이체하면 0.1%포인트, 보험료 3건에 통신비를 함께 옮길 경우는 0.3%포인트까지 대출금리가 낮아졌다. 이 은행 영업2부 안진원 대리는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계좌를 옮겼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은행 입장에선 ‘잡아 놓은 물고기’였던 금융 소비자들이 ‘어장’을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금융 소비자는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주거래은행을 바꾸길 꺼렸던 이유다. 하지만 이날부턴 ‘페이인포’ 홈페이지를 통해 통신·보험·카드비에 대한 자동이체 계좌를 쉽게 바꿀 수 있게 됐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손쉽게 원하는 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갈아탈 수 있게 된 셈이다. 시행 첫날 페이인포 홈페이지에는 18만3570명이 접속했다. 이 중 5만6701건에 대한 자동이체 해지와 2만3047건에 대한 계좌 변경 신청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오전 한때 수만 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주거래은행 쟁탈전 본격화
‘페이인포’ 홈피 18만명 접속
은행 창구에도 문의 쏟아져

 은행은 비상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에 “펀드 판매를 늘리고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계좌 이동 항목 중에 펀드 납입금이나 체크카드 금액은 결제 계좌를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해 기존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도 “계좌 이동제 전략 상품을 담은 ‘책받침(안내서 코팅)’을 숙지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응 요령을 창구에 전달했다. 이벤트 혜택도 통 크게 준비했다. 신한은행은 주거래 통장 보유 고객 중 거래 실적에 따라 아반떼와 스파크 자동차 등의 경품을 내걸었다. 우리은행은 첫 거래 고객을 위해 기본 상품 가입 시 모바일용 상품권을, 추가 상품 가입 시 최대 1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KB국민은행도 주거래 통장 가입 시 추첨을 통해 최대 1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유인책에 혹해서 섣불리 자동이체 계좌를 바꿨다간 되레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기존 거래 은행에서 자동이체를 조건으로 금리·수수료 우대를 받고 있다면 은행 변경으로 이런 혜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별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좌 변경 후 완료가 됐는지 확인한 뒤 기존 계좌를 없애야 미납·연체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